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관련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생중계로 진행되는 재판을 시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법원이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방해 등 혐의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본류 사건’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다음달 선고를 앞두고 있지만, 이날 선고에서 게엄 선포 전후 상황과 관련해 처음으로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허위공문서 행사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보면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징역 10년의 ‘절반’인 징역 5년의 형량을 선고했다.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 계엄을 선포한 뒤 탄핵소추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고, 이후 한 달여 뒤인 지난해 1월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출범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국무위원 계엄 심의권을 침해하고,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 체포 영장 집행을 막게 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해 7월 추가 기소했다.
이날 법원은 계엄 선포 전 소집 통지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 7인에 대한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 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사후에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폐기한 혐의, 계엄 해제 이후 김성훈 당시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비화폰 삭제 조치를 지시한 혐의,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우선 재판부는 “모든 국무위원은 회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할 권한이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할 때 전원에게 알려야 하고, 일부 국무위원이 결여된 경우 심의권이 침해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5명을 대통령실로 소집했다. 이후 남은 국무위원 13명 중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6명에게만 회의 소집을 통지했다. 이들 중 일부가 도착해 국무회의 정족수인 11명이 되자 5분 만에 국무회의를 종료하고, 계엄을 선포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밀행성과 긴급성 등을 이유로 들어 전체에게 통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긴급한 경우에 국무위원 소집 통지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규정은 없다”며 통지받지 못한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등 7명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당시 더불어민주당에 의한 국정 마비 등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메시지 계엄’을 선포하려던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으나, 여기에 따르더라도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지 못할 긴급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소집 통지를 받고도 도착하지 못한 국무위원 2명에 대해서는 심의권을 침해할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로 봤다.
“사후 계엄선포문 허위 작성하고, 폐기”
사후 계엄선포문이 내용과 형식을 비춰볼 때 공문서 및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데도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공모해 사후에 허위로 이 문서를 작성하고, 폐기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그러나 허위 공문서를 행사한 혐의에 대해선 “강 전 부속실장이 이 문서를 폐기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거나 외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 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무죄로 봤다.
논란의 공수처 수사에 “문제 없다” 인정
윤 전 대통령 측이 줄곧 문제 삼은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군사기밀을 압수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비화폰과 통화목록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이 김성훈 전 차장에게 비화폰 관련 삭제 지시를 한 점도 유죄로 판단했다.
공수처의 수사권에 대해서도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 또 형사소송법은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인정하지만 수사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능력을 인정했다. 이어 “공수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을 수사하던 중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두 혐의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직접 연결되는 것이라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내란 우두머리죄로 수사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공수처가 당시 서울서부지법에 수색영장 등을 청구해 발부받은 것도 적법하다고 봤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구의 토지 관할이 서부지법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 사병화하고 죄질 매우 안 좋아
…그런데도 변명만 하고 반성 안 해”
“하지만 초범이고, 일부 혐의는 무죄”
…그런데도 변명만 하고 반성 안 해”
“하지만 초범이고, 일부 혐의는 무죄”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받는 과정에서 경호처 공무원들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더해 볼 때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허위공문서 작성 등 범행의 경우 적극적으로 범행을 주도했다곤 보기 어렵고, 형사처벌 전력을 받은 점이 없는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