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태국 사뭇사콘주 고가도로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이 도로로 추락해 지나가던 차량 2대를 덮쳤고, 이 사고로 2명이 숨졌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태국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서 열차 참사로 32명이 숨진 데 이어, 동일 시공사가 맡은 다른 공사 현장에서 불과 하루 만에 또다시 크레인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반복되는 대형 사고로 해당 건설사를 둘러싼 태국 정부의 대응과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AP·AFP·블룸버그 통신과 현지 매체 네이션 등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오전 9시께 방콕 인근 사뭇사콘주 고가도로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이 도로로 추락해 지나가던 차량 2대를 덮쳤고, 이 사고로 2명이 숨졌다고 피팟 랏차낏쁘라깐 태국 교통부 장관이 밝혔다.
현장에서는 크레인과 구조물의 추가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구조대가 즉각 투입되지 못한 채 안전 평가팀만 투입된 상태다. 이로 인해 잔해에 갇힌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은 태국 대형 건설사 ‘이탈리안-태국 개발(ITD)’이 방콕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주요 간선도로인 라마 2세 고속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던 곳이다. ITD는 전날 대형 열차 참사가 발생한 고속철도 공사의 시공사이기도 해, 이틀 연속 크레인 붕괴 사고로 사망자를 낸 셈이 됐다.
피팟 장관은 “또다시 이탈리안-태국 개발이 연루됐다”며 “사고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9시 30분께 태국 중부 나콘라차시마주 시키오 지역 고속철도 고가철로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이 붕괴해 기존 철로로 떨어지면서 방콕에서 동부 우본라차타니주로 향하던 열차의 객차 2량을 덮쳤다.
15일(현지시간) 태국 나콘라차시마주에서 작업자들이 추락한 여객 열차에서 잔해를 확인하고 있다. [AP] |
구조 당국은 밤샘 수색 끝에 사망자 32명, 부상자 66명을 포함해 모든 승객과 승무원의 소재를 확인하고 수색을 종료했다. 아누퐁 숙솜닛 나콘라차시마주 주지사는 “현장 전반을 수색한 결과 추가 매몰자나 실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잔해 제거와 선로 복구를 위해 태국국영철도(SRT)에 현장을 인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팟 장관은 SRT에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지시했으며, 시공사 ITD와 함께 설계·건설 감독을 맡은 중국 국영기업 중국국가철도그룹(CR) 계열사를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특히 열차 운행 중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이 있었음에도 공사가 계속된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SRT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15일 이내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고 책임자들을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수위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조사 종료 시까지 전면 중단됐다. SRT는 이번 사고로 인한 철도 측 재산 피해를 1억 밧(약 47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시공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ITD는 지난해 3월 28일 미얀마 강진 당시 방콕에서 붕괴해 건설 노동자 등 96명의 사망자를 낸 30층 규모 감사원 신청사 공사의 시공사이기도 하다. 진앙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방콕에서 유일하게 붕괴한 건물이었던 데다, 중국산 저질 강철 등 부실 자재 사용 의혹까지 제기되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태국 당국은 해당 빌딩의 설계·시공 결함을 인정하고 ITD 대표와 설계 담당자, 기술자 등 2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지만, 아직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ITD는 이 밖에도 지난해 3월 방콕 남서부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들보 붕괴로 최소 5명이 숨진 사고, 2024년 8월 나콘라차시마주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서 터널 붕괴로 작업자 3명이 숨진 사고에도 연루돼 있다.
라마 2세 고속도로를 매일 이용한다는 수라차이 웡호(61)는 AFP에 “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도 전날 ITD를 겨냥해 “사고가 지나치게 잦다”며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반복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건설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5일(현지시간) 태국 니콘랏차시마주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AP] |
또 SRT가 희생자 유족에게 제시한 보상금 8만 밧(약 3700만 원)에 대해 “턱없이 부족하며, 유족과 정부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며 수백만 밧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국 기업의 관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방콕 30층 빌딩 공사에는 중국 국영기업 중국철로총공사(CREC)가 ITD와 합작으로 참여했고, 전날 열차 참사가 발생한 고속철도 공사에도 중국 기업이 관여했다. 해당 고속철도는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라오스, 방콕을 잇는 노선이다.
한편 열차 참사 사망자 가운데에는 30대 후반의 한국인 남성 A씨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는 최근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뒤 태국인 아내의 고향인 동부 시사껫주로 이동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