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해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 집행실적이 전년 대비 약 18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27 대출규제로 정책대출 한도가 축소된 데다 서울·경기 등 주요 지역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대출 요건을 충족하는 주택이 줄어든 결과다. 내집마련을 목표로 하는 서민들을 위한 핵심 금융수단인 정책대출이 위축되면서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도시기금 수요자대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디딤돌·버팀목대출(신생아특례 포함) 실행액은 32조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9조7487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17조7361억원 줄었다. 신청액 자체도 같은 기간 104조5225억원에서 54조8085억원으로 약 50조원 감소했다.
디딤돌·버팀목대출은 무주택 서민과 청년·신혼부부·출산가구 등을 대상으로 주택구입·전세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주택가격·보증금 및 소득 요건을 충족하면 시중은행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어 서민 주거 안정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디딤돌대출 실행 7조 감소…6·27 대출규제로 한도 최대 1억 축소
지난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
특히 주택구입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 실행액은 지난해 19조3072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6714억원) 대비 7조원 넘게 감소했다. 신청액 기준으로 보면 30조원(2024년 64조1384억원·2025년 34조8295억원) 가까이 줄었다.
올해 1~5월 증감을 반복하던 디딤돌대출 실행액은 6월 1조7259억원→7월 1조5712억원→8월 1조5840억원→9월 1조5699억원→10월 1조3445억원→11월 1조114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추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디딤돌·버팀목대출의 한도를 낮추고 연간 공급총량을 기존 계획 대비 25% 축소시켰다. 디딤돌대출 한도는 일반은 2억5000만원→2억원, 생애최초 3억원→2억4000만원, 신혼 4억원→3억2000만원, 신생아 5억원→4억원으로 최대 1억원 줄었다.
대출 신청·실행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한도 자체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주거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지속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6·27 대출규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등 잇따르는 규제로 거래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서울 전역, 경기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월별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98%로, 2006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집값이 오르자 디딤돌대출 적용 대상 주택이 줄어들고 실수요자들이 대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디딤돌대출은 85㎡(이하 전용면적) 이하, 대출 신청일 기준 담보주택 평가액이 5억원 이하(신혼·2자녀 이상·생애최초·청년 6억원, 신생아 9억원 이하)인 주택만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금액은 13억1182만원(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이었다.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매매금액이 낮은 강북(6억3362만원), 노원(6억5972만원), 도봉(5억7434만원), 금천(7억2027만원), 중랑(6억5264만원) 등 외곽 자치구 평균값도 디딤돌대출 기준을 넘어선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서울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무주택자가 정책대출을 통해 서울에 내집마련을 하고 싶어도 대상이 되는 주택이 없기 때문에 일반 대출을 받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자금’ 버팀목도 대출실행 10조 줄어…전문가 “기준·한도 높여야”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버팀목대출 또한 6·27 대출규제로 한도가 줄어들며 실행액이 10조원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1~11월 버팀목대출 실행액은 12조7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23조773억원보다 10조3719억원 축소됐다.
버팀목대출은 6·27 대출규제 이후 한도가 일반은 수도권 1억2000만원, 지방 8000만원이 유지됐지만 청년은 2억원→1억5000만원, 신혼부부는 수도권 3억→2억5000만원, 지방 2억원→1억6000만원, 신생아는 3억원→2억4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집값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전셋값도 계속해서 오르면서 버팀목대출 대상이 되는 주택도 줄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5094만원으로 버팀목대출 기준(수도권 3억원·신생아 수도권 5억원)보다 높다.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온 디딤돌·버팀목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올해 관련 예산까지 줄어 정책대출 접근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6년 정부 예산안에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사업으로 책정된 예산은 약 10조원으로 지난해(14조572억원) 대비 4조원 줄었다.
전문가들은 정책대출 대상이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 서민층인 만큼 대출한도와 주택 금액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교수는 “정책대출의 목적은 저소득층, 서민의 주거안정인데 보호대상이 되는 정책 수혜자들을 6·27 대출규제로 규제대상으로 전환해버렸다”며 “디딤돌대출의 경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가격 기준을 최소 9억원까지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한도 또한 낮추는 방향이 아닌 3억~3억5000만원 수준까지는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또한 “무주택 서민들 입장에선 정책대출이 단비같은 역할을 하는데 오히려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집값 자체도 현재는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현실을 감안해 주택가격 기준을 9억~10억원으로 상향해야 심화되는 자산 양극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