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
2020년 쿠팡에 대한 근로감독 과정에서 ‘쿠팡 플렉서’에 대한 정기 안전보건교육이 실시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지만, 고용노동부가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가 법을 협소하게 해석해 배송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오히려 막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2020년 11월 쿠팡에 대한 근로감독을 하면서 쿠팡 플렉서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정기 안전보건교육이 실시되지 않은 점을 발견했다. 당시 중부지청은 쿠팡 플렉서를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로 보고, 안전교육 미실시 등 위반 사항에 대해 과태료 부과를 검토했다. 내부적으로 과태료 규모가 총 63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플렉서는 쿠팡과 배송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개인 차량을 이용해 물품을 배송하는 개인사업자다. 중부지청은 배송 시간과 물량이 사전에 정해지는 점, 배송 과정 전반에서 회사의 관리·감독이 이뤄지는 점, 수행 업무가 한국표준직업분류상 ‘택배원’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을 특수고용직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플렉서에게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노동부에 전달했다.
2024년 7월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소하천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노동부의 판단은 달랐다. 노동부는 중부지청 질의에 회신한 공문에서 “쿠팡 플렉서는 쿠팡으로부터 배송업무 일부를 받아 택배기사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쿠팡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택배사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쿠팡 플렉서를 특수고용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쿠팡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여부를 판단할 때 일정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전속성’ 기준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는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촉발된 시기였다. 노동계는 정부가 법을 엄격하게 해석해 쿠팡 플렉서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한다. 특수고용직으로 인정되는 택배기사는 산재·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이지만, 플렉서는 동일한 배송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플렉서는 전형적인 플랫폼 노동자인데 특수고용직이 아니라고 하면 이들은 어디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냐“고 말했다.
쿠팡 플렉서는 특수고용직이 아니라는 정부 판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7월 경북 경산에서 폭우 중 쿠팡 배송에 나선 4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을 때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산재 보상을 받지 못했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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