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소주가, 여성은 맥주가 통풍 위험을 더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양을 마셔도 성별에 따라 통풍의 주범인 요산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는데, 주종에 관계 없이 음주량이 과도하면 요산 수치를 높여 통풍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은 강미라 건강의학본부 교수와 의학통계센터 소속 김경아 교수·홍성준 박사, 안중경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만 7011명을 분석한 결과 알코올 섭취량이 같아도 성별, 술의 종류, 음주 방식에 따라 혈청 요산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한국형 음주 패턴’을 반영해 음주량과 요산과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 몸 밖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 안에 과도하게 쌓여서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주종에 관계 없이 음주는 혈중 요산 수치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배설에도 영향을 미쳐 통풍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음주량이 과하면 통풍 발작의 ‘도화선’이 되기 쉬워 예방과 재발 관리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통풍에 관한 기존 연구가 서구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져 한국인의 음주·식사 문화를 충분히 설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맥주, 와인 뿐 아니라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술인 소주를 포함했고 주종별 음주 유형과 성별, 체질량지수(BMI)도 함께 고려했다. 알코올 섭취량은 에탄올 함량 8g을 1잔으로 표준화했다. 1표준잔에 해당하는 양은 맥주(4.5도) 220㎖, 소주(20도) 50㎖, 와인(12도) 85㎖로 정의하고 요산 수치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주·맥주·와인 모두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혈중 요산 수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요산 증가와 더 강하게 연관된 술의 종류는 성별에 따라 달랐다. 남성은 소주 섭취가 요산 수치에 가장 강한 영향을 끼쳤고, 하루 소주 반 잔 정도만 마셨을 때도 요산 수치가 증가했다. 반면 여성은 맥주 섭취가 요산 수치 상승을 더 크게 부추겼다. 여러 주종을 섞어 마셨을 땐 남녀 모두에서 요산 수치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맥주와 소주는 와인에 비해 한번 음주 시 소비량이 많은 탓에 요산 상승에 미치는 '양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요산 관리를 위해서는 술의 종류 뿐 아니라 1회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미라 교수는 "단순히 술의 양이 아니라 한국 특유의 술과 음식의 조합 특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통풍이나 고요산혈증 환자 교육 시 성별과 음주 습관, 음식 선택까지 고려한 맞춤형 생활 지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주 습관 개선을 통한 요산 조절 효과는 비만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분석에 따르면 BMI 25kg/m² 미만으로 비만하지 않은 그룹은 비만 그룹에 비해 요산 조절 효과가 더 뚜렷했다. 비만 자체의 요산 상승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음주의 유해 효과가 상대적으로 가려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결국 고요산혈증이 있는 비만 환자는 체중 조절과 음주 습관 개선을 동시에 시행해야 효과적인 것이다.
안중경 교수는 “요산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무조건 금주를 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라 어떤 술과 어떤 음식 조합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인 생활습관 교정 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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