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인지 못해… CT·MRI가 예방법
파열위험 적으면 추적검사만으로 충분
터지면 지주막하출혈 발생하며 치명적
고혈압 있거나 흡연하면 특히 조심해야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다 한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뇌동맥류'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파열되는 순간 치명적인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동맥류란 무엇이며, 어떤 경우 치료가 필요한 것일까. 15일 이대목동병원 신경외과 남택민 교수의 도움말을 토대로 뇌동맥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무증상' 뇌동맥류는 대부분 인지 못해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꽈리 모양으로 국소적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전체 인구의 약 2~3%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어 본인이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혈류 역학적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혈관이 갈라지거나 심하게 굴곡되는 부위에서는 혈류의 압력이 집중되기 쉽다. 이러한 부위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지면 혈관 벽에 염증 반응이 생기고 점차 약해지면서 바깥으로 돌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뇌동맥류다.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며 이 경우 사망률이 약 4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남 교수는 "비파열 상태의 뇌동맥류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서 "두통이나 어지럼증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이 동반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뇌동맥류를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뇌동맥류는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을 검사하기 위해 시행한 영상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사용되는 진단 방법은 CT 혈관조영술이나 MRI 혈관조영술이다. 이러한 검사들을 통해 뇌혈관의 구조와 동맥류의 위치, 크기, 모양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남 교수는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특히 파열 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발견 즉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 또는 추적 관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 치료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동맥류의 위치와 크기, 형태는 물론 환자의 연령과 전신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전통적인 치료 방법으로, 두개골을 열고 뇌막을 절개한 뒤 동맥류를 직접 확인해 '클립'이라고 불리는 집게로 동맥류의 목 부위를 결찰하는 수술이다. 동맥류로 들어가는 혈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재발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개두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고령 환자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코일색전술은 비교적 덜 침습적인 치료법이다. 허벅지나 팔의 혈관을 통해 미세도관을 삽입한 뒤, 이를 뇌혈관 내 동맥류까지 진입시켜 백금 코일을 채워 넣는다. 코일이 혈류를 막아 동맥류 내부를 폐색시키는 원리다. 개두수술이 필요 없어 회복이 빠르고, 고령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혈류전환스텐트라는 치료법도 활용되고 있다. 이는 동맥류가 생긴 혈관 안에 특수 스텐트를 삽입해, 동맥류로 유입되는 혈류를 감소시키는 방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맥류 내부에 혈전이 형성돼 자연스럽게 폐색되도록 유도한다.
■고혈압·흡연·가족력 있다면 발생위험 높아
뇌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고혈압, 흡연, 음주, 고령, 여성, 가족력 등이 꼽힌다. 특히 직계 가족 중 뇌동맥류를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발생 위험이 더 높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요인이 전혀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뇌동맥류는 발생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위험인자가 없다고 해서 뇌동맥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중년 이후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파열 위험성'이다. 이미 파열된 뇌동맥류의 경우 재출혈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치료가 원칙이다. 반면 비파열 뇌동맥류의 경우에는 동맥류의 크기와 모양, 위치, 환자의 나이와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매우 작은 동맥류는 파열 위험이 낮고, 치료 과정에서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 기간마다 영상검사를 통해 동맥류의 크기 변화나 형태 변화를 관찰하면서 치료 시점을 판단한다.
뇌동맥류는 조용히 진행되다 예고 없이 파열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관리한다면 충분히 파열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기보다, 정확한 정보와 전문의 상담을 통해 뇌동맥류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필요하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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