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 바래바 공방에서 나전칠기 공예 장춘철 명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 일본 총리에게 바래바 공방에서 제작한 드럼 스틱을 선물했다. /장련성 기자 |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준 선물에는 나전칠기 장식을 한 ‘드럼 스틱’이 포함됐다. 드럼이 취미인 다카이치 총리를 위해 우리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 장식을 입힌 드럼 스틱을 만든 것이다. 이 작업을 맡은 장춘철(66) 명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나전칠기 공예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상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서 욕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장 명장이 일본 총리에게 선물할 나전칠기 작품을 의뢰받은 건 올 1월 초였다. 그는 “사실은 제가 연락 온 분에게 ‘기계로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수작업으로 하는 건데, 대통령의 선물을 이렇게 임박해서 주문하면 어떡하냐’고 했다”며 “고민을 많이 했지만, 우리 전통 공예를 다른 나라 정상에게 선보이는 일이라, 무리해서라도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했다”고 했다.
작업에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청와대 측과의 도안 협의 끝에 지난 5일 작업을 시작했고, 이 대통령이 일본으로 떠나기 이틀 전인 11일 ‘나전칠기 드럼 스틱’이 완성됐다. 장 명장은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일요일에도 나와 ‘광내기’ 마무리 작업을 했다”며 “스틱이 보기에는 작아도 여러 공정을 반복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선물한 드럼스틱. 장춘철 명장이 나전칠기 장식을 추가했다./청와대 |
장 명장이 만든 드럼스틱엔 전복 껍질로 만든 은빛과 옥빛 자개, 금박, 옻칠 장식이 번갈아 입혀져 있다. “청와대에서 스틱에 꼭 금을 붙여달라고 했는데, 사실 금박 붙이는 기술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한 수 위입니다. 그래서 나는 금 장식은 빼는 대신 자개를 더 멋지게 입히자고 제안을 했어요. 자개 기술은 우리나라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고거든요. 결국 금박을 넣긴 했는데, 해놓고 보니 화려하긴 하더군요.”
장 명장이 나전칠기 공예를 시작한 건 18세 때인 1978년. 목포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초등학교를 마친 직후 고향을 떠나 경기 성남시로 거처를 옮겼다. 학교 대신 플라스틱 제조 공장에서 취식하며 소년공으로 일했다. 그때 사출기(射出機)를 다루다 다친 흉터가 아직도 손에 크게 남았다. “쉬는 날 친구 따라 나전칠기 공장에 놀러 갔는데, 사람들이 추운 겨울에도 메리야스 입고 일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안전해 보였어요. 더 이상 추운 공장에서 차가운 쇠 기기 만지며 12시간 교대 근무를 하기 싫은 마음에 곧장 자개 일을 시작했죠.”
쭉 성남에 자리를 잡은 그는 현재 하대원동에 있는 ‘바라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요즘엔 후배 양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장 명장은 “나전칠기는 외국 국빈들의 선물로 빠진 적이 없을 만큼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전통 공예인데, 뒤를 이을 후배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나전칠기 분야도 K-POP 가수들처럼 대스타가 될 장인들이 대한민국에서 나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대기업이 됐든 정부가 됐든, 학원이나 학교 같은 교육기관을 만들어 젊은 장인들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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