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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희생·지역파괴·환경오염, 희토류의 진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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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지 서강대 동아연구소 연구원]
2025년 3월,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이상한 변화가 관찰됐다. 꼭강(Kok River) 인근 주민들이 강물의 색이 평소와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탁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강물과 접촉한 뒤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적인 변화로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주민들의 요청으로 태국 천연자원환경부 산하 오염 통제국의 조사가 진행됐고, 꼭강 강물에서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비소와 납 성분이 검출됐다. 당국은 즉각 강에서의 수영을 금지하고, 정수되지 않은 강물의 음용을 삼가라고 권고했다. 문제는 이 오염이 꼭강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싸이강(Sai River)과 메콩강의 일부 구간에서도 유사한 중금속 오염이 확인되면서, 수자원 안정성과 농업·어업 전반에 대한 불안이 급격히 확산했다.

오염의 원인은 국경 너머에 있었다. 비영리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Stimpson Center)와 국제 인권·환경 단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미얀마 샨주(Shan State)에서 최근 급증한 희토류 광산 개발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 지역에서는 희토류와 금 채굴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상당수가 중앙정부의 관리와 감독이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소수민족 무장 단체들이 장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 없이 채굴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유독성 폐수와 농약·화학 물질이 정화 과정 없이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희토류 채굴은 구조적으로 심각한 오염을 동반한다. 희토류 광물 1톤을 정제하게 되면 최대 2000톤에 달하는 유독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희토류 채굴 가능 기간이 짧아 수년 내 폐광과 신규 광산 개발이 반복되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희토류 원료를 분리하는 데 사용된 물은 중금속과 화학 물질로 오염된 채 인근 하천으로 다시 방류된다.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희토류는 가장 파괴적인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 자원 중 하나다.

메콩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피해는 국경을 따라 확산하고 있다. 꼭강은 미얀마에서 발원해 태국 치앙마이와 치앙라이를 거쳐 메콩강으로 합류하는 태국 북부의 최대 메콩강 지류다. 최근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꼭강 상류에는 최소 세 곳의 희토류 광산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태국 북부의 하천과 토양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중금속 오염은 이 상류 채굴 활동과 분리해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염의 책임을 묻는 순간, 국경은 장벽이 된다. 오염은 국경을 넘지만, 규제와 책임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

프레시안

▲미얀마 카친 지역 희토류 채굴이 이뤄지는 산의 풍경(자료사진). ⓒGlobal Witness



이로 인한 사회적 충격 역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꼭강에 인접해 있는 마을들은 강이 주요 식량원이자 소득원이었지만, 현재 어업 활동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관광 산업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 손실에만 그치지 않는다. 강은 오랫동안 지역 공동체의 생활 기반이자 신성한 존재였다. 주민들은 강과 맺어온 영적·문화적 관계가 단절되고 있다고 말한다. 환경 오염은 생태계를 넘어 공동체의 정체성까지 잠식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주민들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의 지역사회는 '꼭·싸이·루억·메콩강 보호 네트워크'를 결성해 과학적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2025년 10월 초, 정부에 10개의 요구사항을 담은 공식 서한을 제출한 바 있다. 요구사항에는 약 10만 라이(약 1억 6천 제곱미터) 규모의 농지에 대한 토양 모니터링, 대체 수원 개발, 지방 단위 중금속 검사센터 설립, 오염이 해소될 때까지 미얀마산 광물 수입 중단, 그리고 중국·미얀마·태국 간의 지역 협의를 통한 공동 대응이 포함돼 있다.

희토류 채굴을 둘러싼 메콩 지역의 현실은 결코 먼 나라의 환경문제가 아니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풍력 터빈,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등 저탄소 전환의 핵심 자원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생산 과정이 또 다른 지역의 삶과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우리는 과연 이를 '기술 혁신'이나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꼭강과 인근 지역의 오염은 단일 국가의 관리 실패나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이 작동하는 방식, 국경을 넘는 자원 정치, 그리고 환경·사회적 비용을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발전 모델이 교차하며 드러난 구조적 위기라 할 수 있다. 기술 혁신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경제 안보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강과 삶은 회복하기 어려운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런 구조를 외면한 채 '미래를 위한 자원 확보'만을 논의하는 것은, 전환이 누구의 삶을 대가로 성립되고 있는지 묻지 않은 채 그 비용을 특정 지역에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예지 서강대 동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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