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4년 4월 시작된 담배 소송의 대상은 과거 20갑년(하루에 한 갑씩 20년 흡연), 30년 이상 흡연한 뒤 편평세포폐암, 소세포암, 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3465명이다. 이들 암은 흡연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가액 533억원은 공단이 10년간(2003~2012년) 이들에게 지급한 급여 진료비다.
하지만 2020년 1심 재판부는 6년 넘게 진행된 법적 공방에서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흡연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 암이 발병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담배회사들은 흡연이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며, 제품 제조 및 판매 과정에서 법적 결함이나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흡연 외에 가족력이나 생활습관 등 다른 발병 요인이 확인되지 않은 폐암 환자 1467명을 추려 이들의 의무 기록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또 2004~2013년 건강검진 수진자 중 13만6956명을 2020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30년 이상 흡연하고 담배 소비량이 20갑년을 넘는 경우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병률이 최대 54.49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2024년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폐암 중 소세포암의 97.5%, 편평세포암의 96.4%가 흡연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측은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는 이미 확증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2020년 12월 항소장을 제출한 이후 약 5년간 무려 15차례의 변론을 통해 1심 판결을 뒤집고자 애써왔다.
공단은 또 담배회사가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감소시키려는 설계를 채택하지 않았고, 특히 중독성에 대한 경고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저니코틴·저타르' 등의 용어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덜 해로운 제품으로 오인하게 한 점을 '기망 행위'로 규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도 판단했다. 공단이 지급한 진료비는 보험자의 의무 이행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공단은 급여비 지급으로 실질적인 재정 손해를 입은 주체로서 직접 청구와 구상금 청구가 모두 가능하다며 법리적 다툼을 이어왔다.
이번 항소심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담배회사들이 이미 1심에서 승소한 만큼 2심 결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단은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는 물론 폐암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일부라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패소할 경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는 한편, 담배의 결함을 추정하고 건강보험 급여비를 손해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담배책임법' 등 입법 지원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담배회사의 책임이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다. 미국은 1998년 46개 주 정부와 담배회사 간의 합의를 통해 약 260조원 이상의 비용 지급을 확정지었고, 캐나다 퀘벡주에서도 최근 약 33조원 규모의 배상 합의안이 승인됐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연간 3조8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 누수를 방관할 수만은 없다"며 "전 국민이 '폐암이 담배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은 인식하게 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담배회사의 책임을 규명하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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