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누리집 갈무리 |
대학 수업 중에 노골적인 성적 표현 등 교수의 부적절한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학교 누리집에 올린 학생이 교수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ㄱ씨는 14일 한겨레에 “지난달 초 한예종 ㄴ 교수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경찰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ㄴ 교수는 이 학교 학생들이 2024년 수업 내용을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성명을 누리집에 올린 ㄱ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ㄴ 교수는 2018년 ‘미투 운동’ 당시 학생 성희롱 사실이 알려져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가 복직했다.
학생들은 ㄴ 교수의 2023년, 2024년 희곡을 쓰는 수업 자료에 ‘주인공은 어떤 속옷을 입는가?’ ‘순결을 중시하는가?’ 등 불쾌감을 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한다. 학생 ㄷ씨는 “인물 프로필을 만들기 위한 예시로 성욕 해결 방식이나 가슴 성형 여부가 언급됐고, 2024년 2학기 수업에선 퀴어 장르를 써보고 싶다는 학생의 발표에 교수가 ‘그럼 범죄자도 사회적 약자냐’고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피해 사례를 추가 수집해 2024년 12월 ㄴ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교내 누리집에 게시했다. ㄱ씨는 “ㄴ 교수의 다른 수업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 성명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두고 학교 인권센터 조사도 이뤄졌다. ㄴ 교수가 먼저 진정을 냈고, 나중에 학생들도 조사를 요구했다. 지난해 5월 인권센터는 양쪽에 모두 ‘주의’ 조치를 내렸다. ㄴ 교수에 대해선 “부적절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당시 한예종 인권센터 결과 통지서를 보면, ㄴ 교수의 발언이 “규정에 따른 성폭력 및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주의가 필요한 부적절성만큼은 넉넉히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성명 게시에 대해서는 “일부 표현 등에 있어서만큼은 과장된 어조를 담고 있다거나 면밀하고 공정한 사실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된 측면은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과장된 표현도 의도적 왜곡이라 볼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ㄱ씨에 대한 고소는 인권센터 결정이 나오고 6개월이 지난 뒤 느닷없이 이뤄졌다. ㄱ씨는 “피해 사례를 증언해줬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학생 ㄷ씨는 “학생 개인을 상대로 한 고소를 방치하면 위계폭력 문제를 제기할 학생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ㄴ 교수는 “인권센터 결과가 나왔는데도 성명문과 관련 내용을 다룬 기사가 소셜미디어로 계속 퍼져나가 법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쪽은 중재에 나선 상태다. 한예종 관계자는 “학생들과 간담회를 했고 정례화할 예정”이라며 “ㄴ 교수와의 동선 분리를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올해 1학기 개강 전까지 ㄴ 교수가 하는 전공필수 과목의 분반을 개설하려 한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