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의 한 법의학 센터에서 시민들이 사망한 시위대 시신을 살펴보며 가족을 찾고 있다/AFP 연합뉴스 |
노르웨이 기반 인권 단체인 이란인권(IHR)은 이란 반정부시위 18일째인 14일까지 시위 참가자 최소 342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IHR이 전날 집계한 734명에서 약 5배로 뛴 숫자다. 미국 CBS방송은 소식통을 인용, 이란 시위 관련 사망자가 1만2000명에서 2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 북서부 라슈트에서는 시위에 나섰다가 거리에서 불길에 갇힌 청년들이 투항의 뜻으로 손을 들어올렸지만, 군인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IHR은 전했다.
또 군경이 아직 숨이 붙은 부상자들에게 ‘확인 사살’을 했다는 보고도 들어오고 있으며,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는 군경이 ‘두쉬카’(DShK) 중기관총을 사용했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옛 소련에서 개발된 DShK는 12.7㎜ 구경 탄환을 쏘는 무기다.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시리아 내전 등지에서 사용됐다.
이날 이란 인권 활동가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에는 이란의 한 도시 거리 바닥에 선혈이 낭자한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 피를 밟으며 전진하고, 한 여성이 “올해는 피의 해다. 세예드 알리(하메네이를 낮춰부르는 말)는 반드시 몰락한다”고 외친다.
영국 기반 매체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과 중부 이스파한 등지에서 응급 지원에 나섰던 한 의사도 DShK 관련 증언과 함께 함께 2017년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 때보다 더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이 의사는 “총격과 연발 사격, 심지어 중기관총 소리까지 들렸다”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장면들을 현실에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란 서민이 실제로 겪는 생활고와 관련해 “빵집에 빵이 없고, 정육점은 문을 닫고, 슈퍼마켓은 세 곳 중 한 군데만 영업한다는 사실은 왜 보도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3주 사이에 식료품값이 3배로 오르는 것을 보면 천천히 죽느니 차라리 한순간에 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란 사법부는 시위 도중 체포된 시민들에 대한 재판과 형집행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것임을 시사해 인권 유린 우려를 낳는다. 현재까지 약 2만명가량이 체포·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량 처형’ 우려가 나온다.
AFP,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방송은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가 시위 가담자들이 수감된 교도소를 찾아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참수하고 불태웠다면 우리는 임무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도했다.
모흐세니 에제이는 “만일 두 달, 세 달 뒤로 늦어지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지금 빨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수감자 상당수가 적법한 재판을 받지 못한 채 극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앞서 이란 검찰은 이번 시위를 이슬람을 부정하는 죄인 ‘모하레베’(알라의 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란인권(IHR) 등 외부 단체는 이것이 시위대를 사형에 처하겠다는 위협이라고 해석했다. 이란에서는 교수형으로 사형이 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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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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