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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말만 듣고 ‘무혐의’…음주운전 사건 3년간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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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린 음주운전 사건 기록이 ‘담당 경찰관 실수’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검찰에 넘겨지지 않은 채 3년 동안 방치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처리한 사건은 ‘지체 없이’ 사건 자료를 검찰에 보내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인데, 심할 경우 의도적인 사건 ‘암장’까지 가능한 허술한 관리 체계를 드러낸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년 만에 빛을 본 사건은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실제 음주운전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과 검찰 설명을 14일 종합하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2022년 8월 ㄱ씨의 음주운전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ㄱ씨는 같은 해 7월 서울 양천구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건물을 들이받은 혐의로 입건됐다. 양천경찰서는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당시 음주운전 사건 수사기록은 최종적으로 검찰에 송부하지 않았다.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본 ‘불송치’ 사건이라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물 등 관련 수사기록은 검찰에 넘겨야 한다. 검찰 검토를 한번 더 거쳐 혹시 모를 수사 오류나 사건 누락 등을 걸러내기 위한 취지다.



경찰은 나아가 이후 3년 동안 사건 송부가 누락됐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의 형사 자료 전자화에 대비해 지난해 양천경찰서 송치 담당 경찰관이 과거 사건 목록을 점검하다가 우연히 해당 사건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사이 경찰 누구도 ‘사라진 사건’을 챙겨보지 않은 것이다. 3년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에야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뒤늦게 사건을 보완수사한 검찰은 애초 경찰 판단과 달리 사건 혐의점을 포착하고 ㄱ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사고 조사 과정에서 “차에 있는 집 열쇠를 찾던 중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취지의 피의자 증언만 듣고 시시티브이(CCTV) 영상 등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교통사고 전문 김경환 변호사는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라면 주변 시시티브이 영상부터 확인해 주장이 맞는지 검증하는 게 통상적인 수사 절차”라며 “피의자 말만 믿고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은 의아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3년 전 사건 누락에 대해 “당시 소통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러 암장시키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한차례 사건 기록을 검찰에 보냈다가 표기 오류 등을 수정해 다시 기록을 보내라는 취지로 돌려받았지만, 이를 ‘검찰 검토가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 사건 기록을 방치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중대성이나 고의성을 떠나 사건이 쉽게 암장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사건 기록 송부를 규정하면서도, 송부 시한이나 위반 시 제재 등 통제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부적절하게 불송치 결정을 하고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에도 비위 행위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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