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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사냥" 지적까지···쿠팡 사태, 한미 경협 걸림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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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우리 정부의 쿠팡 조사에 대해 미국 의회에서 “마녀사냥”이라는 공격까지 나온 가운데 최악의 경우 디지털 규제가 한미 경제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보통신망법개정안과 쿠팡 관련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 정치권이 자국 기업의 로비 등과 맞물려 한국에 대한 공세를 펼 것으로 보여 정부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①"수사 중에 사정기관 총동원"···"정보 유출에 정당한 공권력"

미국 측에서는 당장 사정기관까지 총동원한 한국 정부의 ‘과도한 수사’를 문제 삼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캐럴 밀러 하원의원은 13일(현지 시간) 무역소위 청문회에서 “디지털 분야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면서 “한국은 최근 두 명의 미국 경영인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와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수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해외 디지털 규제를 주제로 한 이날 청문회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 정부·정치권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방미한 가운데 열렸다.

미 정치권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조사 및 처벌 방안 논의 등을 ‘미국 기업 탄압’으로 간주하고 있다. 경찰 수사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에 국가정보원까지 합류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쿠팡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압박이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도 개인정보 유출을 좌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도 규정을 어겼는데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경제형벌 합리화 TF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②고압적인 韓 국회 VS '한국 패싱'에 반감 커져

특히 미 정계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고압적인 분위기의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장면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호통’이 난무하는 국회 청문회의 풍경이 미국 의원들에게 낯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 한국적 정서를 자극한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 의장은 국회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은 데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새로 선임된 로저스 대표를 출석시켰다. 막상 출석한 로저스 대표는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고 효율적인 청문회 진행을 위한 동시통역을 거부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청문회 직후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저스 대표는 이달 5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출석을 통보받았으나 불응했고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은 법무부에 로저스 대표 입국 시 통보 요청과 함께 입국할 경우 출국 정지 조치할 방침이다.

쿠팡이 지난해 12월 25일 ‘셀프 조사’ 결과를 공개한 점도 당국과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쿠팡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직원이 3300만 명의 정보를 빼갔으나 그중 3000명만 저장했고 범행에 사용된 장비도 자체적으로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에서 국정원의 지시로 개인정보 유출 용의자를 만났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를 부인하며 위증 혐의로 고발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냈다.

③한미 무역 합의 위반 VS "美 기업 겨냥 아냐"

미 의회에서는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한국 정부가 어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한미는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류상 미국 기업인 쿠팡이 부당하게 차별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한미 무역 합의 이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당)도 이날 청문회에서 “한국은 명백하게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관련 조사를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라고 표현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아직 미 행정부 차원에서 쿠팡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항의가 접수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도 “한국의 디지털 관련 규제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국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내외 기업에 대해 비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④美 기업 피해 VS 책임 다해야

강경파로 꼽히는 공화당의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은 12일(현지시간) 여 본부장과 만나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도 "미국 기업·시민들에 대한 국가적 적대 행위에는 후과가 있다"고 경고했다. 여 본부장이 아이사 의원에게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입법 취지를 설명하며 '오해 불식'을 시도했지만 아이사 의원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한국 내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에서 일으킨 문제는 반드시 한국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그것이 문제를 일으킨 기업 대표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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