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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지도했다가 '학대범' 몰린 교사...마지막 메시지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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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폭행 가해 학생 벌줬다가 아동학대 피소
기소유예로 종결...교육당국 인사 불이익 이어져
징계·상여금·수당 제외·비선호 지역 발령 등
"학교가 무서워" 메시지 끝으로...사망
행정소송 끝 '순직 인정'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지난 2019년 전남에서 6명의 남자 중학생이 한 학생을 집단 폭행해 발목을 골절시키는 등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다.

이를 알게 된 고(故) 백두선 교사는 가해 학생들을 불러 벌을 줬다가 오히려 아동학대혐의로 피소됐다. 게다가 좌천됐으며 징계도 받았다. 결국 그는 2021년 1월 “학교가 무서워”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사망했다.

이데일리

(사진=게티이미지)


2024년 1월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백 교사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가 사망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2019년 7월 백 교사가 근무하던 전남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에서 시작됐다.

A군을 비롯한 6명의 학생은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다른 한 학생을 폭행해 발목을 골절시키고 성장판을 손상시켰다. 이를 알게 된 백 교사는 가해 학생들을 강당으로 불러 벌을 줬다.

백 교사는 이들에게 1시간 30분가량 체벌을 내렸다. 가해 학생들의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고 “치료비는 있으니 맞고 싶은 사람은 얘기해라, A군이 맞을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 측은 백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같은 해 10월 “피의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백 교사가 훈육 과정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있지만 반성과 피해 정도를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형사적 처분은 마무리됐지만 교육당국의 인사 불이익이 이어졌다.

전남교육청은 이듬해인 2020년 1월 “백 교사가 적극적으로 지도한 건 바람직하나 학생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견책 징계를 내렸고, 성과상여금과 기말수당 지급 대상자에서도 제외했다.

또 2021년 3월 비선호 지역에 있는 한 중학교로 발령을 내 또다시 생활지도와 학교폭력 업무를 맡겼다. 계속되는 불이익과 부담으로 백 교사는 발령 6일 만에 세상을 등졌다. 망인의 휴대전화에는 ‘학교가 무서워’라는 검색 기록이 남아 있었다.

전교조 전남지부와 유족은 2021년 ‘고(故) 백두선 선생님 명예회복추진위’를 구성하고 전남 교사 5000여 명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인사혁신처에 순직 인정을 요구했다.

인사혁신처는 2022년 1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순직유족급여 청구를 기각했으나, 행정소송 끝에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백 교사는 다른 교사들이 기피하는 생활지도 및 학교폭력 등 업무를 수년간 적극 수행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면서 “솔선수범해 학생들을 지도해 온 망인이 아동학대범으로 비난받게 되자 극심한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교사가 훈육을 위해 한 행동이 그 목적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아동학대 행위로 평가되면서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됐다”며 “망인의 자살은 반복되는 인사상 불이익한 조치로 느꼈을 상실감이나 좌절감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백 교사가 사망 전 업무상 스트레스로 고혈압 진단을 받고, 우울증 치료제 성분이 포함된 약을 복용한 점도 고려됐다.

한편 2025년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교육·소방·경찰·일반직공무원 순직 승인 현황’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에 대한 순직 승인율이 26%로 가장 낮았다. 순직 심사 기간도 대부분 4~5개월이 넘고, 유족의 입증자료 확보의 어려움,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와 공무원재해보상위, 심의회에 유·초·중등 교원의 참여도 미비했다.

김동진 교총 교권강화국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직 심의위원회에 유·초·중등 교원 참여 보장, 교육청에 유가족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순직 신청 과정 및 소송비 지원, 순직 심사 기간 단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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