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소장한 앤 불린 초상화.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헨리 8세 잉글랜드 국왕의 계비 앤 불린의 대표적인 초상화가 사실은 딸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얼굴을 담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에 따르면 튜더왕조 전문가인 역사학자 오언 에머슨 박사가 내달 출간을 앞둔 저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1882년부터 소장해온 작자미상의 앤 불린 초상화는 앤 불린이 참수형을 당한 지 반세기 만이자 엘리자베스 1세 통치 말기인 16세기 말에 제작됐다.
앤 불린은 1533∼1536년 약 1천일간 왕비로 지내다가 간통 등 반역죄로 몰려 참수당했다. 헨리 8세는 첫 왕비인 아라곤의 카타리나와 이혼하고 앤 불린과 재혼하는 과정에 교황청과 결별하고 영국성공회를 세웠다.
앤 불린 생전 초상화는 사후 헨리 8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대부분 폐기됐고 현재 남은 작품은 거의 다 사후에 제작된 것이다.
이 초상화에서 B자 목걸이를 한 앤 불린의 이목구비는 워릭셔 컴프턴버니 저택이 소장한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 속 얼굴과 매우 흡사하다.
에머슨 박사는 이 얼굴이 와이스갤러리가 소장한 메리 1세의 초상화, 개인이 소장한 에드워드 4세 초상화 속 얼굴과도 닮았다고 지적했다. 메리 1세는 엘리자베스 1세의 이복 언니이고 에드워드 4세는 헨리 8세의 외조부다.
에머슨 박사는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기에 구교도들로부터 정당성을 의심받았던 만큼 왕권을 높이기 위해 생모인 앤 불린이나 선대왕들의 모습을 사후에 엘리자베스 1세와 닮게 그리도록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화가 1명이 선대 군주들의 초상화를 연작으로 그리면서 정당성과 신이 정한 왕위계승권을 드러내고자 당시 통치자인 엘리자베스 1세의 얼굴을 (역대 국왕과 생모 초상화에) 집어넣은 것"이라고 추정했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소장한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 |
이런 가설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더 있다. 로런스 헨드라 필립몰드갤러리 연구실장은 "이들 초상화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국왕과 여왕, 왕비의 초상화를 제작하는 한 공방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도 안면인식 전문가들이 에머슨 박사가 지적한 작품을 포함,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소장한 앤 불린 초상화 여러 점을 연구해 앤 불린의 실제 모습이 아닐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영국 왕실 공식 로열컬렉션이 소장한 한스 홀바인의 앤 불린 초상화(1532년 또는 1533년작)는 앤 불린의 진짜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인정받는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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