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최장 재임 기록(장기집권 순) |
금융지주 회장 연임은 이제 예외가 아닌 관행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2000년 이후 20여년간 주요 금융지주의 역대 회장 재임 기록을 살펴보면 다수의 회장이 2연임을 넘어 3~4연임에 성공하며 10년에 가까운 제왕적 집권 체제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긴 재임 기록을 세운 인물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2012년 취임 이후 네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총 10년간 회장직을 유지했다. 단일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최장 재임 기록이다. 신한금융의 기틀을 닦았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2001년부터 약 9년간 회장직을 맡으며 4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라 전 회장은 ‘신한사태’로 불리는 내부 권력 다툼이 불거지면서 장기 집권 체제의 그늘과 취약한 지배구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3연임을 거쳐 9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윤 전 회장은 임기 중 실적 개선과 자본 건전성 강화 성과를 냈지만 연임 과정마다 관치 논란과 절차 공정성 논쟁이 반복됐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역시 2005년부터 7년간 회장직을 맡으며 3연임을 기록했으나 세 번째 임기 도중 용퇴했다.
이처럼 9~10년 재임 사례가 극단적인 장기 집권사례라면, 6년 재임은 금융지주 회장직에서 가장 보편적인 ‘표준 장기 임기’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2017년 취임 이후 2연임을 거쳐 약 6년간 재임했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이 각각 6년 안팎의 임기를 채웠다.
금융지주 회장의 공식 임기는 3년이지만 연임 횟수나 총재임 기간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다는 점이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했다. 사실상 2연임만으로도 장기 집권에 해당하는 셈이다.
연임 여부는 이사회 산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판단에 맡겨지는데, 회추위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이 회추위 구성 자체가 장기 고정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임기는 통상 2~3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해 평균 재임 기간이 5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동일 사외이사가 8~9년 가까이 재직한 사례도 있다. 이로 인해 한 명의 회장이 연임 또는 재연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동일한 사외이사들이 연속적으로 연임을 결정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사회가 회장을 견제하기보다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장기재임은 외형적으로는 경영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등 대외 변수 속에서 장기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는 장기 재임 동안 실적 개선과 자산 확대를 이뤄냈다.
그러나 부작용 역시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회장이 장기간 그룹을 이끌면서 인사권과 전략 결정권이 한명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내부 경쟁과 세대교체가 지연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연임이 반복된 금융지주일수록 차기 회장 후보군이 제한되거나 임기 말에 서둘러 후계자를 물색해 경영 안정성과는 별개로 내부 경쟁 약화와 후계자 육성부진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
이주희 기자 jh224@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