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일 또다시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가 보름 만에 약화된 것이다. 최근 달러 강세 흐름, 엔화 약세 등 대외 요인과 줄어들지 않는 ‘서학개미’ 등의 해외 투자 등 대내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고환율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3원 오른 1473.7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3일(1483.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외환당국 구두개입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지난달 30일부터 9거래일 연속 올랐다.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줄곧 오른 이유는 글로벌 강달러 현상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9일 99선을 웃돌며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실업률이 4.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는 미국 고용지표가 최근 발표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형사 기소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지만 이날 다시 강세를 보였다.
엔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주된 요인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59엔을 위협하면서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당분간 환율 하락 쉽지 않을 듯
일본 조기 총선 검토 보도 이후 자민당이 승리하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재정 확대 기조에 힘이 실려 재정 건전성 약화 우려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엔화 약세로 이어진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조기 총선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원·달러 환율이 반응했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1~12일) 미국 주식을 총 23억6741만달러 순매수했다. 지난달 말 외환당국의 개입 이후 나타났던 매도세가 매수세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환율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7일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월 환율 예상에서 보합(62%)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상승도 28%로 전월(21%)보다 7%포인트 증가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수지 적자 등 연초 특유의 달러 수요 우위 환경으로 인해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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