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동시통역기 착용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 조사’를 한 혐의로 경찰에 두차례 출석 요청을 받은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 1일 이미 출국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국내에 없는 로저스 대표를 두고 전날까지도 “출국정지(외국인의 출국을 제한하는 처분)를 검토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강선우 의원 공천헌금 사건 핵심 피의자인 김경 서울시의원 출국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데 이어,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경찰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로저스 대표는 지난달 31일까지 이어진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를 마친 뒤, 이튿날 외국으로 나갔다. 출국 당시에도 그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핵심 증거물을 자체 분석하고 결과를 발표한 혐의(증거인멸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고발당한 상태였다. 출국이 제한되지 않은 쿠팡 사태 핵심 피의자가 수사가 진행 중인 한국 땅을 빠져나간 셈이다. 서울경찰청은 쿠팡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엄정 대응 기조 속에 86명 규모의 쿠팡 수사 태스크포스(팀장 최종상 수사부장)를 꾸려 쿠팡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수사의 기본인 핵심 피의자 출국정지를 누락한 것이다.
경찰은 이미 외국에 나간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거듭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지난 1일 로저스 대표 쪽에 5일에 경찰에 나와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7일 재차 이달 중순까지 경찰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출석 요구는 국내에 있는 로저스 대표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이뤄졌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출석 요구를 받을 수 있는 당사자는 본인뿐 아니라 법률대리인도 포함돼,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했다.
경찰이 로저스 대표의 출국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지도 논란거리다. 전날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로저스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를 했느냐’는 질문에 “출국금지는 내국인이고, 외국인은 출국정지할 수 있는데 그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저스 대표의 외국 체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출국정지를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경찰 쪽은 이에 대해 “출국 사실은 지난 6일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전날 박 청장의 발언은 ‘로저스 대표가 입국할 경우 출국정지를 한다는 의미’라는 취지다.
핵심 피의자의 출국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며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원을 건넸다고 의심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은 경찰 고발 이후인 지난달 31일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으로 나가 논란이 일었다. 경찰 관계자는 “로저스 대표와 소환 날짜를 조율하고 있으며 입국하는 경우 출국정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