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9일(현지 시각)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모닥불 주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SNS에 공유되고 있다./AP 뉴시스 |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함에 따라 이란 당국이 인터넷 차단에 나섰다. 이에 미국 정부가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지원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란 당국은 스타링크 사용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이란 대부분 지역에서는 지난 8일 오후부터 국내 인터넷·통신망을 완전히 차단됐고, 스타링크 이용도 어려워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 온라인 소통이 힘든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쓰인다.
가디언은 “지난 2년 동안 스타링크가 이란으로 대량 반입됐다”며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미안그룹의 사이버보안 전문가 아미르 라시디 이사는 “이건 ‘전자전’이다”라며 시위가 시작된 후 스타링크 위성을 겨냥한 군사급 전파 방해 신호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자료 전송 트래픽이 30% 정도 줄어들었다가 이후 감소율이 80%에 달했다.
라시디 이사는 “시위가 집중되는 장소나 시간대에 신호 방해가 가장 심하다”며 “지난 20년간 군사 장비를 동원해 전파를 교란하는 사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당국이 사용한 장비는 고가이고 에너지 소모가 많으며 군수품 창고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이라며 “매우 정교해 보이고 러시아나 중국이 이란에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022년 10월 7일 우크라이나에서 촬영된 스타링크 안테나와 강아지가 함께 있는 사진.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분쟁지에서 최후의 온라인 소통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로이터 연합뉴스 |
이란 당국은 스타링크 단속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지난 주말 수도 테헤란 서부 지역에서 드론으로 주택 지붕 위를 순찰하며 스타링크 안테나를 찾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이란에서 스타링크 단말기를 소지하면 지난해 제정된 법에 따라 스파이 행위로 간주돼 최대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안테나가 몇 대 압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시민들이 거리에서 촬영한 시위 영상은 시위의 규모와 이란 당국의 대응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서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스타링크를 통해 WSJ와 인터뷰한 익명의 테헤란 시민은 “주변에 스타링크를 사용하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신뢰하는 사람에게만 영상을 보낸다”며 “촬영한 시위 영상을 해외에 있는 제3자에게 보낸 후 소셜미디어에 올리도록 한다”고 말했다. WSJ는 그가 “지직거리고 버벅이는 스타링크 연결을 통해 말했다”고 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국영 매체와 정권 충성파, 친정권 성향의 매체 등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된 일부에게만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고 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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