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한·일 정상회담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 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나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 뒤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이 희생된 조세이탄광에서 발굴된 유골의 디엔에이(DNA) 감정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후 이 대통령과 확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 발표에서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조세이탄광에서 발견된 (노동자) 유골에 대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디엔에이 감정에 관한 협력을 위해 한·일간 조정이 진전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도코나미 해안가와 바다 밑 해저를 연결한 조세이탄광은 일제강점기이던 1942년 2월3일 바닷물이 새어들어오면서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가운데 조선인 136명, 일본인 47명이 수몰되는 참극이 일어난 곳이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새기는 모임)이 감춰졌던 현장을 찾아낸 뒤, 잠수 탐사 작업 등을 통해 일부 유골을 찾아냈다. 이어 한·일 정부에 발굴과 유족 확인을 위한 지원을 요구해왔다.
특히 새기는 모임은 지난해 8월 전문잠수사를 동원한 수중 조사 과정에서 탄광 노동자 유골로 추정되는 두개골을 포함한 뼈 4점을 수습해 공개한 바 있다. 이어 이 단체는 일본 정부에 해당 유골의 디엔에이(DNA) 감정을 통해 국적 뿐 아니라 유족들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때마침 지난해 당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 문제와 관련해 담당 부처에 발굴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를 지시했지만, 이후 관련 부처 담당자들과 교섭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황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에 맞춰 일본 정부가 해당 유골에 대한 신원 검사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밝힌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해당 유골이 한국 쪽 유가족과의 디엔에이 일치 여부하는지 전문 업체에 감정을 의뢰하고, 일부는 한국 쪽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혈연 관계가 특정된 경우, 유가족에게 유골을 반환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조세이탄광 희생자 유해 발굴 협력을 통해 “일본 정부는 과거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미래 지향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생각”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 강화를 위해 조세이 탄광 등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인도적 측면의 협력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혀 정상간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관계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전략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공급망 협력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자신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 뒤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중국으로부터 대일 희토류 수출 금지 조처 등으로 경제 보복을 당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북한과 중국 문제를 비롯해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이 거론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북한에 대응과 관련해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일·한, 일·미·한이 긴밀히 협력해 대응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또 북한 납치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해 대통령께서 강력한 지지를 보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뒤 처음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가 있는 나라로 외국 정상을 초대했다. 그는 “이곳에 외국 정상을 모시는 건 처음으로 이 대통령과 우정과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한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더욱 엄중해지는 가운데 일·한, 일·미·한 협력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때 다카이치 총리의 방한에 대해 ‘셔틀외교’ 성격으로 이뤄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과 앞으로도 셔틀 외교를 계속해 나가기로 뜻을 같이 했으며, 다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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