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장 내 절도 방지를 명분으로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
12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웨그먼스(Wegmans)가 최근 뉴욕시 매장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그먼스의 맨해튼과 브루클린 매장은 최근 입구에 얼굴·눈·음성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부착했다. 이는 뉴욕시가 2021년 제정한 법에 따라 기업이 고객의 생체정보를 수집·보관할 경우 이를 사전에 고지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웨그먼스 측은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며, 과거 매장에서 '문제 행위'를 한 것으로 분류된 인물을 식별하는 데만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객들은 "장 보러 갔다가 감시 대상이 되는 느낌"이라며 불편함과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웨그먼스뿐 아니라 월마트, 크로거, 홈디포 등 주요 대형 소매업체들도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얼굴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 사용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절도 방지를 위해 내부적으로 '주의 대상자 명단'을 운영하고, 해당 인물이 매장에 들어오면 직원에게 실시간 경고를 보내는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장에서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MSG 엔터테인먼트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특정 인물을 자동으로 식별해 입장을 제한하는 '출입 배제 명단'을 운영해 사생활 침해 논쟁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형·중형 소매업체 대부분이 이미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절도 방지 명분의 안면인식, 실제 피해 사례도 발생해
문제는 규제가 기술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생체 감시 기술이 더 정교하고 광범위해지며 사생활과 시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연방 차원의 포괄적 규제는 여전히 미흡하다. 실제 피해 사례도 발생했다. 약국 체인 라이트 에이드는 얼굴인식 오인으로 고객을 범죄자로 잘못 지목하고, 특히 유색인종을 부당하게 표적화했다는 이유로 2023년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5년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의 제러미 스콧 변호사는 "감독과 투명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술 남용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민 단속까지 확대…'감시 사회' 우려 증폭
이 같은 논란은 민간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불법체류자 단속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폰 기반 안면인식 앱인 '모바일 포티파이'를 도입했다. 단속 요원이 현장에서 의심 인물의 얼굴 사진만 촬영하면, 범죄·이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원과 체류 자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불법체류자 단속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폰 기반 안면인식 앱인 '모바일 포티파이'를 도입했다. 단속 요원이 현장에서 의심 인물의 얼굴 사진만 촬영하면, 범죄·이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원과 체류 자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AFP연합뉴스 |
해당 앱은 이미 10만 회 이상 사용됐으며, ICE는 촬영 시 당사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2기 들어 ICE에는 대규모 예산이 추가 지원됐고, 안면인식·홍채인식 등 각종 생체인식 기술 실험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매장과 정부 기관 전반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시민의 자유가 구조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절도 방지와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기술의 정확성·차별 가능성·데이터 관리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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