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임대인이 자료 안 줬다’는 핑계 안 통해…대법원 “선순위 보증금, 중개사가 확인했어야”

댓글0
다가구주택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이 기존 세입자들의 임대차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경우에도, 공인중개사는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 규모를 확인해 임차인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스1


A씨는 2020년 4월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가구주택을 보증금 1억1000만원에 임차했다. 이 주택에는 채권최고액 7억15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다른 호실 세입자들의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은 7억4000만원에 달했다. 2021년 6월 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선순위 채권자들에게만 배당이 이뤄졌고, A씨는 한 푼도 배당받지 못했다.

계약 당시 작성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근저당권 설정 사실은 기재돼 있었지만, 다른 호실의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과 관련해서는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했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A씨는 “공인중개사가 이 주택의 다른 호실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고지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가 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가 진행될 경우 원고가 전세금을 전부 또는 일부 회수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고지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임대인이 자료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아무런 금액 제시 없이 막연히 선순위가 다수 있다는 식으로만 기재한 것은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할 수 있어 임차인에게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임대인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공인중개사는 그 사실을 고지하면 족하고, 임대차 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는 위험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명시할 의무는 없다”며 공인중개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로서는 설령 임대인이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했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 수, 주변 임대차 보증금 시세에 비춰 먼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취득했거나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는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 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러한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 채권의 존부 및 그 범위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따져보고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이를 알았다면 주택을 임차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오유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아시아경제부여군, 소비쿠폰 지급률 92.91%…충남 15개 시군 중 '1위'
  • 프레시안"기후대응댐? 대체 댐이 누구에게 좋은 겁니까?"
  • 동아일보[부고]‘노태우 보좌역’ 강용식 전 의원 별세
  • 연합뉴스속초시, 통합돌봄 자원조사 착수…'노후 행복 도시' 기반 마련
  • 뉴스핌김해 나전농공단지에 주차전용건축물 조성…주차 편의 도모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