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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김혜영기자] 이동통신 시장이 다시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기업의 과실에 책임을 묻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해지 위약금 면제’ 제도가 통신 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의 위약금 면제 종료(13일)를 앞두고 경쟁사들이 파격적인 보조금과 자극적인 마케팅을 쏟아내면서, 시장은 ‘공정한 경쟁’ 대신 ‘상대방 흠집내기’를 통한 가입자 쟁탈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보안 사고가 영업 도구로…‘공포 마케팅’으로 고객 유치?
현재 이동통신 유통망에서는 KT의 보안 사고를 부각하며 타사로의 이동을 종용하는 소위 ‘공포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일부 판매점에서는 “KT 위약금 면제 마지막 찬스”, “전산 마비 전 이동하라”는 식의 자극적인 문구가 도배되고 있다. 또한 “언제 또 털릴지 모른다”거나 “마지막 날 전산 오류가 나기 전에 옮겨야 한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동원해 가입자를 홀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세를 주도하는 경쟁사들 역시 과거 유사한 보안 사고와 고객 이탈의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의 사고를 마케팅의 불쏘시개로 쓰는 모습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SKT는 지난해 위약금 면제를 시행하며 가입자 방어에 급급했던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반대로 상대의 실책을 점유율 확대의 결정적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입자 사냥꾼이 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냉소 섞인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전화만 오면 노이로제”…소비자 ‘마케팅 공해’ 피로감
문제는 이런 과열 경쟁의 유일한 피해자가 소비자란 점이다. 통신사 간의 과열 경쟁 속에서 정작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지수는 ‘혜택’보다 ‘피로감’에 가깝기 때문이다. 위약금 면제 대상인 KT 가입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타 통신사 대리점의 번호이동 권유 전화와 스팸 문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김모(38)씨는 “보안 사고에 실망해 해지를 고민하던 차에, 경쟁사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모습을 보니 정이 더 떨어진다”며 “소비자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불안감을 조성할 게 아니라, 더 안전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먼저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정 기간에만 쏟아지는 ‘게릴라식 보조금’ 역시 정보에 어두운 노년층 등 일반 가입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비스 본질 사라진 ‘가입자 뺏기 전쟁’, 바로잡아야”
단말기 교체 없이 지원금만 노리는 ‘유심 이동’ 마케팅의 확산도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플래그십 신형 단말이 부재한 시기에 오직 점유율 숫자를 채우기 위해 살포되는 리베이트는 결국 통신사들의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신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누군가의 실책을 틈타 가입자를 뺏어오는 ‘반사이익 경쟁’은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을 뿐이기 때문이다.
◇방통위, 통신사 진흙탕 싸움 ‘뒷짐’…“이제는 응답할 때”
통신 시장은 국민의 혈세와 공공재적 성격의 주파수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특정 기업의 위기를 기회 삼아 점유율을 늘리려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글로벌 인공지능(AI)·통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업계에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위약금 면제 종료 직전 발생하는 불법 보조금 살포와 허위·과장 광고를 철저히 단속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사들이 소모적인 경쟁 대신 다시는 보안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술 투자와 서비스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소비자들은 이제 ‘공짜폰’이나 ‘불안’에 흔들리는 가입자가 아니라, 서비스의 질과 보안 수준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성숙한 주체임을 통신사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k@seadaily.com
김혜영 기자 jjss123456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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