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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인데, 시내버스도 안와… “파업 몰랐다” 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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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에 한 대꼴 제한 운행, 만원 버스 타려 몸싸움까지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13일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버스정류장마다 수십 명의 시민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멈췄지만, 30~40분에 한 대꼴로 도착하는 제한 운행 버스를 타기 위해 몸싸움이 벌어지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파업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한 버스정류장. 출근길 시민 10여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출근 시간대면 잇따라 도착하던 버스 노선 상당수가 ‘차고지 대기’로 표시되자, 시민들은 정류장 주변을 서성이다 하나둘 지하철역이나 택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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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13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강남 방면으로 출근 중이던 직장인 김모(41)씨는 “파업 소식은 들었지만 아예 버스가 안 올 줄은 몰랐다”며 “일단 나와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택시를 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이모씨도 “전날까지만 해도 파업이 풀릴 거라는 얘기가 많아 평소처럼 나왔는데, 정류장에 서서 상황을 보고 나니 당황스러웠다”며 “출근 시간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예상 못 했다”고 했다.

출근길 곳곳에서 시민들은 “비나 눈 소식은 그렇게 잘 알려주면서 정작 버스 파업은 왜 제대로 공지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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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가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파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있다. /뉴스1


고령층의 불편은 더 컸다. 70대 여성 한 명은 “아침에 나와서야 버스가 전부 차고지에 있다는 걸 알았다”며 “대체 뭘 타고 다니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택시 호출 앱을 켰지만 수차례 호출이 실패해 20분 넘게 발이 묶였다. 옆에 있던 김모(65·여)씨도 “택시도 안 잡혀서 걸어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서초구 일대에서는 일부 마을버스가 간간이 운행됐지만, 승객이 몰리며 정류장마다 수십 명씩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서초구 주민 김모(34)씨는 “평소보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2~3배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만원 버스를 피하려고 이전 정류장으로 걸어 올라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회사원 최모(41)씨는 “버스가 계속 가득 차 있어 20분째 세 대를 그냥 보냈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도 혼란스러웠다. 오전 7시 40분쯤 강남역에서 만난 직장인 황창연(57)씨는 “삼성 포스코타워로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이미 7시 52분”이라며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려고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한참 늦었다”고 했다. 경기 용인 수지에서 올라온 이현자(72)씨는 “지하철이 붐빌 것 같아 10분 일찍 나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한 대를 보내야 했다”고 했다.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오전 7시, 서대문구 홍제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는 시민 50여 명이 뒤엉켜 있었다. 이 정류장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은 20개에 달했지만, 오전 7시부터 7시 40분 사이 정차한 시내버스는 7021번 버스가 유일했다. 이 버스는 두 차례 정차했으나 이미 만원 상태여서 대기 중이던 시민 대부분이 버스에 오르지 못했다.

직장인 류근하(52)씨는 “원래 탈 수 있는 버스가 7종류인데 전광판에 전부 ‘차고지’라고 떠 있었다”며 “파업이라 해도 몇 개는 운행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허탕이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혼잡도도 눈에 띄게 심해졌다. 이날 오전 8시 20분쯤 기자가 홍제역에서 3호선 하행선을 타려 했지만, 이미 열차가 가득 차 탑승에 실패했다. 함께 열차를 보내야 했던 이모(50)씨는 “홍제역은 도심 진입 전이라 이렇게 못 타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이미 지각이 확정”이라고 했다. 홍제역 역무원은 “승객 수가 평소보다 20~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오전 8시 30분쯤 혼잡해지는데, 오늘은 7시 50분쯤부터 붐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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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13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버스 파업을 알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류장을 지키는 시민들도 있었다. 안모(35)씨는 “버스가 오면 회사 바로 앞에 내려줘서 기다리고 있다”며 “가끔 한 대씩 오긴 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에서 막 돌아왔다는 박정훈(26)씨는 “피곤한 상태라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싶어 기다리고 있다”며 “기약 없는 기다림”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시내버스회사 64곳 소속 조합원 1만8700여 명이 오전 4시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는 약 7000대 규모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파업 기간 지하철 운행 횟수를 하루 172회 늘리고, 출퇴근 혼잡시간을 각각 1시간씩 연장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다. 막차는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되며, 혼잡 역에는 질서유지 인력이 추가 배치된다. 코레일도 경부·경인·경원·경의중앙선 등 4개 노선에 출근 시간대 열차 7회를 추가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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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가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버스공영차고지에 시내버스가 주차돼 있다./뉴스1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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