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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리더십, 기술을 아는 태도 OS[문성후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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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를 깨우는 리더십 인사이트(37)
리더의 전지전능 강박은 조직 병들게 해
리더는 가장 먼저 질문하는 학생이어야
이데일리
[문성후 경영학박사·외국변호사] 인공지능(AI) 시대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저는 늘 불편한 질문부터 던집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모르는가?” 리더가 리더 역할을 잘하려면 가장 먼저 없애야 할 것은 무능이 아니라 무지(無知)입니다. 리더가 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전지전능 강박증’에 걸립니다. 리더라면 다 알아야 하고, 다 경험해봤고, 이미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입니다. 조직은 이 강박을 더 키웁니다.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 그것도 몰라?” 이 말 한마디가 리더의 입을 닫게 만들고, 배움은 그 순간 멈춥니다.

문제는 리더가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꼭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이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리더의 무지는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역할은 알지만 그 역할을 수행할 만큼의 지식과 기술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무지는 개인의 결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조직 전체를 서서히 병들게 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조직의 무지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배워간다면 성과는 놀랍게 나옵니다.

칭기즈 칸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습니다. 현대적 기준으로 보면 그는 ‘무식한 리더’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단 하나의 명확한 원칙을 세웁니다. “기술자는 죽이지 마라.”

몽골 군대는 지나간 자리마다 초토화시켰지만, 기술자만큼은 살려두었습니다. 무기 제조 기술자, 의사, 천문학자, 통역사, 대장장이, 목수, 요리사까지 살려두었습니다. 그들은 전리품이 아니라 전투력이었습니다. 대포 기술자를 확보하면 다음 전투에서는 대포로 싸웠고, 성을 쌓는 기술자를 얻으면 공성전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싸움의 방법을 고정하지 않고, 기술에 따라 계속 바꾼 것입니다. 칭기즈 칸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나는 모른다. 그러니 아는 사람을 써야 한다.”이 태도가 몽골군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지를 인정하는 순간, 리더십은 오히려 강해집니다. 이 원리는 기업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캐논이 소형 복사기를 개발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가장 큰 난관은 복사기 드럼이었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원가가 너무 비쌌고, 소형화도 쉽지 않았습니다. 기술자들이 모여 드럼만 놓고 머리를 싸맸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누군가가 맥주 캔을 보고 말합니다. “저렇게 얇고 균일한 원통은 어떻게 만드는 거지?”

그 질문에서 해답이 나왔습니다. 복사기 드럼을 ‘복사기 부품’으로만 보지 않고, ‘맥주 캔 제조 기술’로 바라본 것입니다. 그 결과 캐논은 싸고, 가볍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드럼을 만들어냈습니다. 만약 그들이 ‘우리는 복사기 전문가다’라는 전지전능 강박에 갇혀 있었다면, 그 해답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무지를 인정했기에 시야가 넓어졌고, 기술이 연결되었습니다.

무지를 인정하지 못한 리더는 결국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속이고, 다음에는 조직과 팀원을 속입니다. 무지를 감추기 위해 아는 척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립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선택이고, 리더십의 실패입니다.

리더의 무지는 결국 팀원들에게 들킵니다.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처음부터 모른다고 말하고 배우는 리더와, 아는 척하다가 들키는 리더의 차이는 신뢰에서 갈립니다. 전자는 배울 시간을 얻지만, 후자는 권위를 잃습니다.

그래서 저는 AI 시대의 리더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리더는 당분간 ‘학생’이어야 한다’. 이것은 직함의 문제도, 자존심의 문제도 아닙니다. 태도의 문제입니다.

리더의 태도 OS가 ‘나는 이미 안다’에 멈춰 있으면, 그 순간부터 배움은 차단됩니다. 반대로 태도 OS가 ‘나는 아직 배워야 한다’로 작동하면, 기술·사람·정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같은 지식, 같은 기술을 두고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는 바로 이 태도 OS 때문입니다. AI 시대에는 배움은 학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험에서 배우고, 기술에서 배우고, 현장에서 배우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AI 시대의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 전략은 명확합니다. 가장 먼저 배우는 리더가, 가장 오래 살아남습니다. PwC컨설팅의 CTO인 김범수 박사는 ‘AI 시대의 리더가 의사 결정을 하기위해서는 기술기반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최적의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리더십은 기술아는 사람 따로, 결정하는 사람이 따로가 아닌, 기술을 아는 결정자가 바로 리더인 시대이다’라고 말합니다.

AI시대의 리더는 더 이상 모든 답을 가진 선생님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질문하고, 가장 먼저 배우는 학생입니다. 그 순간부터 조직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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