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욱 기자(=부산)(yeoyook@gmail.com)]
최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부산 광안3구역 정비사업에 삼성물산이 내놓은 "직원들 개인투자, 본사는 몰라" 등의 해명이 사업을 둘러싼 의혹에 불씨를 더욱 키우고 있다.
삼성물산측의 "회사와 무관하다"는 해명은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정비사업처럼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책임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인식된다. 선도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선택을 받는 회사라면 해명 방식 자체가 사회가 기대하는 윤리 기준을 어느정도 맞춰야 한다.
▲삼성물산 전경.ⓒ프레시안 |
지닌 9일 삼성물산은 <프레시안>의 질의에 대해 '개인 간 거래'라는 취지로 회사의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기자는 지난달 31일 회사 측에 입장을 요청했고 지난 3일 유선통화에서 삼성물산은 "회사와는 연루된 바가 없고 직원들 개인 투자"라는 설명을 반복 받았다. 이어 취재진이 제기한 쟁점들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문을 내거나 구체적인 질의에 하나씩 답하는 방식의 설명은 내놓지 않은 채 '직원들의 개인 일탈' 정도로 선을 긋는 태도를 유지했다.
부산 수영구 광안3구역 '홍보관 부지'는 시공사 선정 이전부터 공동지분 형태로 매입돼 있었고 지분자에 조합장 배우자와 삼성물산 직원 및 직원 가족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다수 포함된 정황이 확인됐다. 이후 일부 지분의 배우자 명의 이전, 동일 사건번호 접수 흐름까지 드러나며 절차의 투명성 논란이 커졌다. 이런 구조가 공개된 뒤에도 삼성물산은 "직원 개인이 투자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며 개인거래의 틀로만 설명을 이어가면서 기업의 도덕성과 내부통제에 대한 질문을 피해 나갔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사례가 LH 사태다. 개발정보를 다루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터지자 전국적인 공분이 폭발했고 사회는 '불법 확정' 이전에 이미 결론을 내렸다.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거래를 해도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내부 정보 가능성, 이해충돌, 공정성 붕괴에 대한 분노는 단지 한 기관을 향하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구조적 불신을 건드렸고 이후 공직사회 전반에 이해충돌 통제 요구가 급격히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만큼 이 문제의 본질은 법 조항 몇 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의 붕괴에 있다.
삼성물산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재개발 시공사는 조합원 재산권과 지역의 주거환경을 좌우하는 '준공공'의 자리에서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삼성물산처럼 업계를 선도한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변명이 아니라 논란 자체를 만들지 않는 기준으로 내부 부정을 감사해야 한다. '개인거래'라는 설명으로 의혹을 감추는 순간 시민들은 LH 때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정도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현장에서 생긴 의혹들에 이런 대응 밖에?"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의혹은 곧바로 도덕성 판단으로 번진다. 최근 부산 사상구청장 조병길씨를 둘러싼 '사전매입' 의혹이 제기됐을 때 법적 결론과 별개로 정치적 징계가 먼저 거론되고 실제로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는 결정까지 이어졌다. 공직자에겐 '그럴 만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 흐름이 삼성물산에도 그대로 적용되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오해받을 비리구조가 드러났을 때 선도기업이 해야 할 일은 '선 긋기'가 아니라 불신을 줄이고 사건을 수습하는 태도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국 여기로 모인다. 지분구조가 어떻든 삼성물산이 사회적 공분의 기준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느냐다. '개인거래'라는 책임회피성 대책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논쟁은 법정이 아니라 여론의 심판대로 옮겨진다. 삼성물산은 광안3구역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선도기업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윤여욱 기자(=부산)(yeoy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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