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세청 청사 전경. 국세청 제공 |
국세체납액이 계속 늘고 있는데도 국세청이 오히려 각종 편법을 이용해 고액 체납자 봐주기를 해온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세청이 2021년부터 누계체납액 축소 목적으로 1조4천억원의 국세징수권을 위법·부당하게 소멸시켰다고 감사원이 12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0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로부터 다음해부터 ‘국세통계포털’에 누계 체납액을 공개하기로 요구받았다. 국세청은 그해 말 임시 집계한 누계체납액이 122조원으로 확인되자 부실 관리 비난을 우려해 이를 100조원 미만으로 축소하기로 계획했다.
부실관리 비난 의식해 ‘체납액 100조 맞추기’
국세청은 2021년 공개 시까지 누계체납액을 100조원 미만으로 축소하기 위해 지방청별 누계체납액 감축 목표(20%)를 일률적으로 할당한 뒤 고액체납자 등이 포함된 압류해제 점검명세를 12차례 시달했다. 이와 함께 법령과 다르게 소멸시효 기산점을 ‘압류해제일’이 아닌 ‘추심일’ 또는 ‘압류일’ 등 이전 시점으로 소급하도록 업무지침을 함께 시달하고, 누계체납액 축소 실적을 전보·인사 등에 영향을 주는 직원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등 목표 달성 체계까지 구축했다.
국세청 서울청은 2021년 3월 실적 달성률이 7개 지방청 중 6위로 ‘부진 대책 보고대상’에 해당되자, 체납자의 부동산 압류해제 시 소멸시효 기산일을 ‘압류일’로 일괄 소급하는 방안을 마련해 체납액 총 1031억원을 위법하게 소멸 처리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 관하 세무관서에서 ‘소급 압류해제는 부당하다’며 직접 본청에 의견을 전달했으나 본청은 “서울청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일”이라며 그대로 두도록 했다.
특히 고액체납자와 재산은닉혐의자는 중점 체납관리 대상인데도 국세청은 명단공개자(5905명), 재산은닉 혐의에 따른 추적조사 대상자(354명)가 포함된 고액·상습 체납자 점검 명세를 지방청에 별도 시달해 5천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1066명의 체납액 7222억원을 임의로 소멸시효 완성처리 했다.
여기에는 명단공개, 출국금지, 추적조사 등 ‘국세징수법’에 따른 규제 및 중점 관리대상 체납자 289명도 포함됐다. 구체적 사례로 반포세무서는 2021년 1월 12일 고액·상습체납자 ㄱ의 예금을 압류해제하면서 기산일을 2010년 5월 20일로 소급 입력해 체납액 231억원을 즉시 시효완성 처리했다.
감사원은 이런 식으로 누계체납액 공개를 앞둔 2021년 총 1조1891억원의 국세채권이 위법하게 소멸되었고, 2022~2023년에도 이런 행위가 지속되어 지난 3년간 총 1조4268억원의 국세 채권이 위법하게 소멸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명품백 압류도 임의 해제
이번 감사에서는 국세청이 고액체납자에게 여러 특혜를 준 사례도 확인됐다. 서울지방 국세청 관계자는 또 고액체납자 ㄴ일가에 대해 체납자가 요구할 때마다 3차례 출국금지를 해제해줬고, 와인과 명품 가방 등 압류도 임의로 해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청은 이 고액체납자가 재산은닉처로 의심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 소유의 고급주택에 거주하고 마이바흐 승용차를 이용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추적조사 대상으로 중점 관리하고 있었는데도, 관리 담당자가 “국외도피 우려 없다”며 출국금지를 해제해 줬고, 이 체납자의 아들도 3차례 출국금지를 해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연간 국세 체납액이 2020년 19조2천억원에서 2023년 24조3000억원으로 늘고 있고, 누계 체납액도 100조원 수준으로 징수활동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지난해 5~7월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국세청장에게 국세행정시스템(NTIS)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관련자(1명)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또 2명은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고, 서울지방국세청 관련자(1명)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고액 상습 체납자 압류해제, 출국금지 해제와 관련해서는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관련자(2명)의 주의를 요구하고, 출국금지 해제 업무를 부당 처리한 관련자 5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