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효진 기자 |
국내 기업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를 사용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했다면, 미국 기업에 특허 사용료를 낼 때도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미국 옵토도트 코퍼레이션이 기흥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옵토도트는 2017년 7월 삼성SDI에 특허 20건을 사용하도록 해주고, 1건당 1억6680만원 가량의 특허사용료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개 특허권만 국내에 등록됐고 나머지 19개는 국외 특허권이었다.
삼성SDI는 이 특허기술을 활용해 국내에서 배터리 등을 설계·제조했고, 특허 사용료 33억여원을 그해 옵토도트에 지급하면서 법인세 5억여원을 원천징수했다. 이에 옵토도트는 국외에 등록된 19개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는 한·미 조세 조약상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세무서에 환급을 요구했고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옵토도트 측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사용료 소득은 해당 재산이 사용된 국가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 특허는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으므로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은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은 국외 등록 특허라도 특허 기술이 국내에서 실제로 사용됐다면, 이 사용료는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서 국내 원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한미조세협약은 ‘사용’의 의미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 법을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해당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됐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심리를 하지 않았다”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관련 법리를 바꾼 데 따른 것이다. 대법은 지난해 9월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됐다면 그 대가인 사용료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이라며 1992년 확립됐던 기존 판례를 33년 만에 변경했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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