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장이 초개인화된 테마 여행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유명 관광지나 랜드마크 앞에서 기계적으로 셔터를 누르던 ‘인증샷 여행’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여행 시장은 이제 ‘어디로 가느냐’라는 물리적 장소에 매몰되지 않고,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가’에 집중하는 초개인화의 흐름을 타는 중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의 ‘2026 여행 전망 보고서’ 등에 따르면, 기술의 진화가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 영역과 결합하며 여행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 “AI야, 나 너무 지쳐”… 마음을 읽는 ‘디지털 단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여행의 시작은 이제 포털의 단순 검색이 아닌 인공지능(AI)과의 대화다. 실제 아시아 여행객의 63%가 여행 계획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최저가 검색을 넘어 여행자의 심리적 공백을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AI는 사용자의 피로도와 성향을 분석해 일상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리추얼(Ritual)’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 이혼·사별·갱년기… 삶의 고비서 떠나는 ‘치유 여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026년 여행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변화는 ‘치유 테마’의 부상이다. 갱년기, 이혼, 사별 등 삶의 변곡점을 맞이한 이들을 위한 맞춤형 회복 여행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 여행객의 62%는 여행의 본질적 목적으로 ‘휴식’을 꼽았으며, 25%는 문화적 탐험을 통한 자아 확장을 갈망했다. 이제 여행은 새로운 인생 2막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자기 치유’이자 ‘사회적 통과 의례’가 됐다.
# “하룻밤 13만 원이면 충분”… 소도시로 숨어드는 실속파
일본 오키나와 이시가키시 전경. 사진=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
또 여행객들은 더 이상 비싼 물가의 대도시 호텔에 집착하지 않는다. 응답자의 73%가 1박 100달러(약 13만 원) 미만의 숙소를 선호하며, 가성비와 로컬 경험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선택했다.
이러한 ‘탈(脫) 중심’ 현상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일본의 마츠야마(+44%)와 다카마쓰(+63%) 같은 소도시 검색량이 폭발했으며, 아시아 전역의 중소 도시 검색량은 기존 인기 도시보다 15% 이상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대중적인 관광지 대신 자신만의 숨은 명소를 발굴하려는 여행객들의 주체적인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 “최애 따라 국경 넘는다”… ‘장소’보다 ‘콘텐츠’ 우선
블랙핑크 |
여행자들에게 목적지를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는 더 이상 지리적 위치가 아닌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가’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이나 축제가 있다면 여행자들에게 국경은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는다.
일명 ‘엔터 투어리즘’의 위력은 인접 국가 간의 이동 데이터에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블랙핑크의 방콕 콘서트 소식이 발표되자 인근 국가인 베트남에서 방콕행 여행 검색량이 266%나 치솟았다. 이는 특정 콘텐츠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대규모 이동을 유발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동의 문턱 또한 한층 낮아질 전망이다. 2026년 한 해에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615대의 항공기가 추가 투입되고 비자 면제 혜택이 늘어나면서, ‘나만의 의미’를 찾는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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