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서울 강남 아파트 청약 당시 결혼한 장남을 부양가족에 포함해 청약 점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공개적으로 임명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참여연대와 한국도시연구소 등이 참여한 주거권네트워크는 11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들은 "스스로를 무주택자로 내세워왔던 이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자산을 축적하고, 부정청약 의혹까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특히 이 후보자가 과거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분양가상한제를 '로또 당첨'이라며 반대해놓고, 2024년 배우자 명의로 청약을 신청해 당첨된 강남 아파트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게다가 이미 결혼해 분가한 장남을 동일 주소지에 두고 부양가족 수를 4명으로 신고해 청약 가점을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 등으로부터 확보해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이 후보자의 남편이 2024년 7월에 입주자 모집공고가 난 서울 반포동의 한 아파트에 청약을 넣어 일반공급 유형으로 당첨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남편이 분양받은 주택형은 일반공급 물량이 8세대에 불과했고, 최저 당첨 가점은 74점이었다. 이는 무주택 기간과 청약저축 가입기간에서 만점을 받고, 부양가족이 4명 이상이어야 가능한 점수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부부와 아들 3명이 모두 부양가족에 포함돼야 산출 가능한 점수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장남은 2023년 세종시에 실거주하면서 12월에는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천 의원은 장남이 '위장전입'은 물론 혼인신고를 미루는 '위장미혼' 수법까지 동원해 부양가족에 포함됐다며 "부정청약의 끝판왕을 찍었다"고 비판했다.
주거권네트워크 역시 논평을 통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혜훈 후보자의 장남은 2024년 1월부터 용산의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직장 때문에 주중에는 세종시에 내려가 살고 있었던 셈"이라며 "장남이 결혼했는데 며느리만 용산 아파트에 살고 장남은 주말에 상경해 서초동 부모 집에 살고 있었다는 해명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한 "이 후보자는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15년째 무주택자'라며 '집주인한테 전화가 오는 날이면 밥이 안 넘어가더라'고 발언한 바 있다"며 "정작 본인과 배우자는 강남 서초구 분상제 아파트 부정청약을 통해 당첨된 아파트를 공유하며,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보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으니 그간의 행태는 명백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우자의 영종도 땅투기 의혹에, 결혼한 아들까지 이용한 아파트 부정청약 당첨 의혹을 받는 인사가 그 자리에 오른다면 정부 정책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매우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며, 임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 뉴시스] |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청문회 날짜는 오는 19일이 유력하고, 청문회를 하루만 진행하는 대신 늦은 시간까지 충분한 질의시간을 보장하기로 여야 간사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심야까지 이어지는 밤샘 청문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강남 아파트 청약 가점 부풀리기 의혹 외에도 재산과 관련해 영종도 부동산 투기 의혹, 세 아들 증여세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 재직 당시 인턴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보좌진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갑질 논란까지 불거졌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낙인 찍고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는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적격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져, 이 후보자가 청문회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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