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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두로 체포…"강대국 중심 국제질서 재편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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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美,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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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법정 출석을 위해 뉴욕 맨해튼에 도착하고 있다. 2026.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베네수엘라 문제를 넘어 국제질서 재편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예상되는 국제 질서의 변화를 짚어봤다.


베네수엘라, 미국 개입 속 '관리된 전환'

지난 3일 미국은 군사작전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뉴욕으로 압송했다. 이로 인해 갑작스런 권력 공백 상태에 놓인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구상은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과도 정부를 수립하고 국제감시 하에 선거를 실시해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정적인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 밝혔다. 이른바 '관리된 전환(managed transition)' 계획이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이 현실에서 얼마나 작동할 수 있느냐다. 베네수엘라 군부와 민병대, 마약 카르텔이 오랜 기간 마두로 대통령과 결탁해 왔기 때문에 단순한 권력 교체만으로 정치 구조가 재편되기는 어렵다. 미국이 대규모 지상군 투입하지 않는 한 베네수엘라의 내부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범죄 조직과 불법 무장 세력들이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어 체제 공백이 길어질수록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무정부 상태의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환 과정에서 석유 산업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간 제재와 관리 실패로 생산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에 참여해 거둔 수익을 과도 통치와 국가 재건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다만 석유 사업의 이권을 둘러싼 군부와 민병대의 반발이 커질 경우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작업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은 "마두로 대통령과 오랜 세월 결탁해 온 군부는 민주화가 진행될 경우 특권 상실을 우려해 반발할 수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는 석유 사업 이익을 미국과 나누는 거래를 통해 혼란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권력을 다시 찾아오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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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치 AFP=뉴스1) 권영미 기자 =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랫클리프(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미군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원격 영상으로 지켜보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게시된 사진이다. 2026.01.0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팜비치 AFP=뉴스1) 권영미 기자




서반구 노리는 '돈로 독트린'… 다음 후보는 쿠바·그린란드

한편 이번 베네수엘라 군사개입이 미국의 서반구를 향한 전략적 행동의 첫 걸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은 미국의 안보 이익을 본토 중심으로 재정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앞마당에 해당하는 서반구를 최우선 전략 지역으로 명시했다. 서반구는 경도 0°를 기준으로 서쪽에 해당하는 아메리카 대륙과 주변 지역을 가리킨다.

이러한 트럼프의 안보 구상은 '돈로 독트린'이라 불린다. 1823년 유럽 열강의 개입을 배제하고 서반구에서 미국 우위를 선언한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에 빗댄 표현이다. 과거와 차별되는 점은 명분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대신 마약, 불법 이민, 조직범죄 등 미국 국내 정치와 직결된 안보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러한 돈로 독트린을 적용하기에 최적의 대상이었다는 평가다.

국제사회는 돈로 독트린이 베네수엘라에 그치지 않고 서반구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쿠바와 그린란드가 유력한 타겟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쿠바의 경우 베네수엘라보다 미국 본토에 근접해 있으며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대표적인 반미 국가다. 또 베네수엘라와 에너지·인력을 교환하는 밀접한 상호의존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정보·방첩·경호 등의 인력은 마두로 정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이 쿠바에 미국 군사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레이더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미 성향 정권에 중국의 안보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이 서반구의 지정학적 이익을 명분으로 쿠바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린란드는 북극 항로의 전초 기지이자 희토류 등 전략자원의 보고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대상이다. 최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를 확보하는 것은 북극 지역에서 적대 세력을 억제하기 위해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참모진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미군을 활용하는 선택지도 항상 존재한다"고 밝혔다. 현재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주요 유럽 국가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구상에 반대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나토 체제에서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만큼 미국이 그린란드 점령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경우 나토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원 확보는 하나의 명분에 불과하며 결국 서반구에서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로 보인다"며 "만약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선다면 중국이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는 쿠바가 다음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덴마크와 국제사회를 압박해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행동에 나선다면 유럽 국가들이 이를 제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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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2.22. /사진=민경찬




규칙 기반 질서 약화와 세력권 질서로의 재편

마두로 체포 사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규칙기반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의 약화와 강대국 중심의 '세력권 질서' 복귀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세력권 질서란 강대국이 각자의 핵심 이익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권을 구축한 뒤 경쟁과 타협을 반복하는 체제다.

세력권 질서로의 재편이 본격화될 경우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미국은 과거처럼 전 세계에 관여하기보다 서반구 지역 등 핵심 지역에 집중하고 나머지 지역은 협상 또는 영향력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대 강대국이 각각 서반구와 동아시아, 유럽에 세력권을 구축하면서 지정학적 거래 또는 경쟁을 통해 '세력균형체제'를 구성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를 가장 예의주시한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이 상당 기간 정치적·경제적으로 깊이 관여왔지만 이번 사태로 지정학적 이익을 일부 상실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이 서반구에 대한 전략적 역량을 집중할수록 동아시아와 대만 해협 등지에서 세력권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훨씬 커졌다. 규칙기반의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린 미국이 향후 중국의 대만 편입을 막을 명분은 이전보다 크게 약화됐다는 해석이다.

러시아도 유사한 전략적 계산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의 서반구 전략적 거점이자 반미 연대의 상징 같은 국가였다. 이 거점의 상실은 단기적으로는 손실이지만 동시에 러시아 세력권의 확대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 하에 규칙기반 질서가 나름대로 안정을 유지해왔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한 이상 국제 질서의 안정은 모두 깨져버렸다"며 "세력권 확대를 위한 강대국들의 군사 행동을 제지할 패권이나 안전 메커니즘들이 무력화된 상황이어서 향후 국제 질서는 장기적인 혼란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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