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경규씨가 지난해 비틀거리며 차도를 걷는 모습. MBN 보도화면 캡처 |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행 법 체계에서도 약물운전은 가볍게 처벌되지 않는다.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운전면허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상향된 기준으로, 약물운전을 보다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경찰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운전대 앞에서 약물을 손에 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
단속을 회피하려는 행위에 대한 제재도 함께 강화됐다. 약물운전을 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약물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실제 약물운전을 한 경우와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약물 측정 불응죄’가 신설되면서 측정을 거부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약물운전이나 약물 측정 불응으로 단속될 경우, 벌금이나 징역형 등 형사처벌과 함께 운전면허 취소 처분 대상이 된다.
재범에 대해서는 처벌이 더 무겁다. 약물운전 또는 측정 불응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뒤 10년 이내 다시 약물운전을 한 경우에는 2년 이상 6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 처벌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건수는 2022년 80건에서 2024년 164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사고 건수 역시 2019년 2건에서 2024년 23건으로 증가했다. 약물운전이 단순한 개인 부주의를 넘어 제도적 관리가 필요한 위험 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방송에서 약물 복용 후 운전에 대해 언급하며 반성의 뜻을 밝힌 방송인 이경규. 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
대중의 경각심을 키운 사례도 있었다. 방송인 이경규는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물과 감기 증상 관련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는 약 복용 후 운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밝히며 사과했고, 이 사례는 처방약이라도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감기약이나 수면제는 어디까지 주의해야 할까. 경찰청은 약의 이름 자체보다 복용 후 운전자의 상태가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감기약에 포함된 항히스타민제는 물론 수면제,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은 개인에 따라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 반응 속도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약물운전으로 판단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경찰이 교통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경찰청은 “복약 후 졸림이나 어지럼 등 변화가 느껴진다면 운전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운전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의사나 약사에게 운전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되면서 ‘몰랐다’는 사유는 더 이상 책임을 피하는 이유가 되기 어렵다.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약이라도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운전자 스스로 약물과 운전의 관계를 점검하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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