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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300만시대] ②한국 취업 원해도 언어·비자 장벽에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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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에만 머무른 이주 정책…'장기 정착 전략' 필요
외국인 유학생 63% '졸업 후에도 한국 살 계획 있어'
"조건 충족하면 전 분야 취업 허용해야"…"취업 비자 전환 용이하도록 손봐야"
연합뉴스

기념사진 찍는 외국인 유학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안타깝고 아쉽죠. 영어도 유창하고 능력도 뛰어난 학생이었는데…"

서울의 한 대학교 어학당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우리말을 가르치는 A씨는 수년 전 파키스탄 출신 유학생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모국에서 음악 PD로 일했던 학생이었고, 한국에서도 관련 분야에 진출하길 바랐다"며 "한국 대학을 졸업한 후에 구직 활동을 벌였으나 해당 직무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처럼 모국의 상황이 안정되지 않았거나 개발도상국 출신 학생을 중심으로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취업 비자로 전환이 힘든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캠퍼스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이, 산업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존재가 커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20%가 넘는 국내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지만, 2024년 기준 12곳으로 급증했고, 고용허가제로 알려진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는 작년 말 역대 최대치인 34만명을 찍었다.

교육·산업계는 저출생·고령화 현상으로 수년째 겪어온 인력난을 외국인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주 정책이 여전히 '유치'에 머물러 있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정책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장기 정착 방안과 함께 유학생이 졸업 후에도 국내 기업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력서 작성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교육개발원이 법무부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하거나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62.8%가 졸업한 이후에도 한국에 체류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취업은 35.4%, 추가 진학 및 기타 목적은 27.4%였다.

국내 체류를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2017년 40.8%, 2020년 54.3%, 2023년 62.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022년 귀화한 전문통역사 아만 울라 씨는 "주변의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계속해서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다만 한국어 습득이나 사회 적응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민정책연구원 조사를 보면 국내 학위를 소지한 외국인 근로자가 구직할 때 겪었던 어려움으로 '한국어 미숙'(32.9%)과 '조건 불일치'(30.3%)를 꼽았다.

이창용 서울대 언어교육원 전임강사는 "한국 대학에서 주 언어를 영어로 쓰기에 외국인 유학생이 캠퍼스 생활에서는 큰 문제를 느끼진 않는다"며 "취업 과정과 취업 후에 우리말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면서 언어 장벽에 맞닥뜨린다"고 진단했다.

언어 장벽을 해소했더라도 숙제는 남는다. 안정적인 체류를 위한 비자 취득 문제다.

최서리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이 원하는 유학생 출신 외국인을 발굴했더라도 복잡한 행정 절차에 부담을 느껴 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통상 유학생이 졸업 후에 받는 취업 비자 중 하나인 'E-7-2(준전문인력)'의 경우 면세점, 호텔 접수, 주방장 등 10개 직종으로 제한한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 대학 졸업자 중 한국어능력시험(TOPIK) 5∼6급을 취득하고 일정 학점 이상을 이수한 외국인에게 모든 분야의 취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개방형 취업 허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한국 기업에 꼭 필요한 외국인 인재라면 국내 대학 졸업 여부와 관계없이 해외 인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묵묵히 산업 인력으로 살아온 외국인 근로자가 숙련 노동자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체류 연장 기회를 적극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세영 이민자통합센터장은 "비전문취업(E-9)으로 입국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특정활동(E-7)으로 전환하려 해도 조건이 까다로워 쉽지 않다"며 "고용주와 이주노동자 간에 합의만 됐다면 비자 전환이 용이하도록 손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주권(F-5) 신청 시 소득 요건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인 5천12만원의 2배다"라며 "현실적인 수준으로 해당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깻잎 수확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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