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한방병원에서 한의사의 직접 지시 없이 간호조무사가 임신부에게 부항 시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 뉴스1에 따르면 임신 30주 차인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임신부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광주의 한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주간 진료를 담당한 한의사는 임신부라는 점을 고려해 왼쪽 목과 어깨 부위에 소량의 스티커침과 소형 건부항 2~3개만 짧게 시술하도록 계획했다.
A 씨는 사흘간 동일한 치료를 받아왔으나 담당 한의사가 퇴근한 이후 진행된 야간 치료 과정에서 시술 방식이 갑작스럽게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간호조무사가 양쪽 어깨와 등 부위에 10개가 넘는 건부항을 5분 이상 부착했고 이후 곧바로 심한 멀미 증세와 함께 5차례 이상 구토가 이어졌다. 상태가 악화되자 병원 측도 “지속적인 구토로 추가 진료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료의뢰서를 작성했다.
부항은 특정 부위로 혈류를 집중시키는 치료법으로 일부 환자에게는 혈압 저하, 두통,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미주신경이 자극될 경우 멀미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액량과 호르몬 변화가 큰 임신부의 경우 부항 시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 견해다.
A 씨는 이후 수소문 끝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상태는 다소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 제기 이후 병원 측의 해명은 오락가락했다. 처음에는 “당시 부항 시술을 누가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가, A 씨가 남아 있는 부항 자국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간호조무사가 서비스 차원에서 건부항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대기 시간이 길어 환자가 무료함을 느낄 수 있어 핫팩이나 간단한 처치 차원에서 부항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부항은 명백한 한방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한의사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는 부항 시술을 할 수 없다. 실제 법원도 과거 판결에서 “건식 부항은 부항단지를 피부에 부착해 자극을 주는 치료로 부위 선정과 강도 조절에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무자격자의 시술은 보건위생상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병원 측은 의료법 위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진료 차트에 치료 부위와 방식이 기재돼 있고 이를 토대로 간호조무사의 시술이 이뤄진다”며 “차트 자체가 지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항의 개수나 크기까지 세부적으로 지시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야간 진료 원장이 해당 시술을 인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진료 전에 이뤄진 처치라 알지 못했다”며 “원장이 오기 전까지 환자가 무료할 수 있어 간호조무사가 기존 차트를 참고해 도움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다음 날 부항 자국을 본 담당 한의사조차 놀라며 ‘임신부에게 이렇게 많은 부항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며 “간호조무사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한의사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병원 측은 “임신부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으며 치료에 도움을 주려는 선의에서 이뤄진 행위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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