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이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파기환송심의 핵심 쟁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요소를 배제한 상태에서도 노 관장의 가사, 혼인 유지, 대외 활동 등 혼인 중 기여만으로 SK㈜ 지배주식 가치의 형성·유지·증식에 대한 기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모아진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9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연다. 이는 지난해 10월 16일 대법원이 1조 3808억 원에 달하는 2심의 재산분할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뒤 처음 열리는 공식 심리다.
법조계에서는 파기환송심이 재산 분할 금액은 665억 원으로 판단한 1심 판결로 단순 회귀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법원이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을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법원인급여란 불법적 원인으로 제공된 재산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은 재산 분할에서 기여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회사 주식이 혼인 중 기여에 따라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리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위자료 20억 원이 원심대로 확정된 데 따라 파기환송심의 초점은 혼인 기간 동안 주식의 가치나 유지·증식 과정에 배우자의 기여가 실질적으로 있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자금이라는 요소를 제외한 상태에서 순수한 혼인 생활에 기반한 기여가 재산 분할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양측 공방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 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노 관장의 가사 노동과 대외적 내조가 기업 경영의 안정성과 주식 가치 유지에 기여했다고 판단될 경우 재산 분할 액수가 1심 수준으로 축소되기보다는 2심에 준하는 범위에서 유지되거나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기여 여부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에 따라 재산 분할 금액이 2심보다 다소 줄어들거나 혹은 유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대법원이 그간 판례를 통해 확립해 온 법리와도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상속·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혼인 중 다른 배우자가 해당 재산의 유지·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특유재산 예외 분할’ 법리가 대기업 오너의 경영권과 직결된 지배주식에까지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앞서 하급심 판단은 극명하게 갈렸다.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이 아닌 상속·증여 기반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 재산분할액을 665억 원으로 산정했다. 반면 2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 유입과 정치적 후광 효과 등을 노 관장의 ‘무형적 기여’로 폭넓게 인정하며 혼인 중 형성 재산 전체를 평가한 뒤 65% 대 35% 비율로 약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자금 지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불법 뇌물에 해당해 재산 분할 기여도로 인정할 수 없다”며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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