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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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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비극 다룬 장편
최고 권위 美도서상 소설 부문
번역 작품으로는 역대 세번째
“우리 안에 빛 존재한다 믿고 싶다”
서울경제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미국의 권위 있는 도서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을 받았다. 한국 작가의 소설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영어권 번역 문학에 보수적인 미국에서 번역서로 도서 평론가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영어판의 제목은 ‘위 두 낫 파트’(We Do Not Part)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이 소설에 대해 “제주 4·3 사건의 여파가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며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예술적인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 한강 작가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한강 작가는 출판사 편집장이 대독한 소감에서 “이 책을 위해 내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영어로 놀라운 연결을 만들어준 두 번역자,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빛을 굳건히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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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매년 영어로 출판된 도서를 대상으로 소설, 논픽션, 전기, 자서전, 시, 비평 등 6개 부문에서 최우수 도서를 선정해 시상한다. 미국 언론·출판계에 종사하는 도서 평론가들이 엄격한 잣대로 분야별 최고 도서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퓰리처상, 전미도서상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도서상으로 꼽힌다.

한국 작가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것은 2024년 김혜순 시인이 시집 ‘날개 환상통(영어 제목 ’Phantom Pain Wings‘)’으로 시 부문에서 수상한 이후 두 번째다. 한국 소설로는 이번이 첫 수상이다. 영어로 쓰인 소설이 아닌 번역 소설이 이 상을 받은 것은 51년 역사상 세 번째일 정도로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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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국내에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장편소설이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과 더불어 한강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해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2023년 프랑스에서 출간돼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스웨덴 한림원이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비중 있게 논평한 작품도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한강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까지 받으면서 세계적 거장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한강 작가는 2024년 12월 스웨덴 한림원 강연에서 이 작품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인선의 어머니인 정심”이라며 “학살에서 살아남은 뒤 사랑하는 사람의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 장례를 치르고자 싸워온 사람, 애도를 종결하지 않는 사람, 고통을 품고 망각에 맞서는 사람, 작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묻고 있었던 것 같다”며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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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상으로 한강 작가의 후속작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의 최근작은 지난해 4월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산문집 ‘빛과 실’이다. 이 책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정원 일기 등 총 12편의 글이 실렸다. 한강 작가의 차기작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졌다.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과 연결되는 작품이다.

이재용 선임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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