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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6주내 전쟁 끝낸다?... 이라크戰 닮아가는 이란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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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6주만에 “주요 전투 승리” 선언...실제는 8년여 지속 미군 4400여명 전사
트럼프 행정부 “멍청한 지도자들이 일으킨 과거 전쟁과 다르다” 강조
전쟁前 위협 과장ㆍ적의 국내상황 오판ㆍ호르무즈 봉쇄 등 非대칭 전쟁 방식 판박이
트럼프, 6주내 종전 원하나, 협상권은 글로벌 에너지 인질 삼은 이란에
2003년 5월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에서 “주요 전투의 승리와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3월20일 이라크 침공을 시작한 지 6주만이었다. 그때까지 숨진 미군 전사자는 140명. 그러나 ‘진짜’ 전쟁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2011년 12월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하기까지 미군 16만 명이 투입됐고 4400여 명이 죽었다. 또 이라크인 20만~30만 명이 죽었고, 미국은 이 전쟁에 모두 3조 달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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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3년 5월 1일 에이브러햄 항모 갑판에서 이라크 전쟁의 주요 전투 임무가 종료됐다는 연설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월28일 시작한 이란 전쟁을 압도적 공군력을 내세워 6주 내에 끝내기를 원한다.

J D 밴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여러 인터뷰에서 “우리는 멍청한 지도자들(stupid leaders) 탓에,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빠져들었다”며 이란ㆍ아프가니스탄 미군 개입을 비판했지만, 이번엔 무엇을 하는지 아는 최고사령관[트럼프]이 있기 때문에 ‘끝없는 전쟁(forever war)’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상군 1만 명 추가 파병을 고려하고 있고, 이란 신정(神政) 정권이 100만 명 병력을 규합해 저항을 다짐하는 현재, 미국의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이 전쟁이 점차 이라크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우려한다.

애초 전쟁을 시작하게 된 정보의 왜곡에서부터 계속 변하는 전쟁 목표, 상대국 사회ㆍ정치 상황에 대한 오판(誤判), 예상치 못한 상대국의 완강한 저항 등 ‘데자뷰(déjà vuㆍ旣視感)가 넘친다는 것이다.

◇상대방 위협에 대한 과장

트럼프 대통령은 2월28일 전쟁 개시를 알리면서 “조금 전, 미국은 이란에서 주요 전투작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목적은 이란 정권의 임박한(imminent) 위협으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2월24일 의회에서 “미친 자들이 통치하는 이란이 ‘곧’ 미국 본토를 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할 것”이라고 했고, 3월3일에는 “지금 우리가 이걸 하지 않으면, 우리는 핵전쟁을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란은 아마 1주일만 지나도 핵탄두를 제조할 물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곧(soon)’이란 시점은 주관적이긴 하나, 이후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장을 비롯한 정보 책임자들은 의회 증언에서 이란의 ‘임박한 위협’ 정보는 없다고 시인했다. 우라늄 농축 60% 비축분 450㎏은 미 공군의 작년 6월 폭격 이후 이스파한의 건물 잔해 수백m 지하에 계속 묻혀 있고,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까지는 10년은 걸리라는 게 미 국방정보국(DIA) 분석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과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라덴의 교류와, 이라크의 생화학ㆍ핵 대량살상무기 보유ㆍ개발 능력을 전쟁 개시의 이유로 내세웠다.

사담이 빈라덴 집단에게 생화학 무기를 넘겨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콘돌리사 라이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 도시들에 핵 버섯구름이 피어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철군할 때까지, 사담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는커녕 개발 흔적도 찾지 못했다. 나중에 사담과 빈라덴은 9ㆍ11 테러를 공모한 적도 없고, 사담 정권은 1991년 1차 걸프전쟁 패배 이후에 대량살상무기 개발 노력을 포기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입증되지 않은 정보’를 확대 재생산해서 국제사회에 전쟁을 정당화했다.

◇미국이 ‘해방자’일 것이라는 오판

2003년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속한 무슬림 수니파는 인구의 10%에 불과하고, 90%인 시아파는 고통 받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사담이 권좌에서 축출된 뒤, 시아파 인구에 대한 수많은 학살 현장과 인권유린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은 이런 종파간 갈등의 골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 딕 체이니 부통령은 침공 초기인 3월16일 NBC 방송에 “우리는 정복자가 아니라, 해방자로 환영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혼돈과 테러가 판치는 이라크에서 사람들은 미군을 환영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니파를 주축으로 한 반군과 테러집단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들은 비대칭적 무기인 급조폭발물(IED)을 수없이 매설해 미군을 살해하며 통합 정부군ㆍ미군과 싸웠다.

트럼프는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공격이 끝나면, 이란 국민이 스스로 정부를 장악해야 하며(take over), 그 정부는 국민의 것이다. 자유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했다.

트럼프는 “공습만으로는 이란 정권을 붕괴시킬 수 없다”는 CIA 분석 대신에, 신정 지도부가 제거되면 억압적인 이란 정부는 붕괴될 것이라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말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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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서쪽의 한 모스크에서 모인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들과 시민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친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그러나 이란 수뇌부에 대한 참수(斬首) 작전 성공이 성공할 때마다, 지금까지는 더 강경 인사들로 그 자리가 채워졌다. 신정을 지지하는 강경 여론만 거리를 휩쓸고, 이들은 무력 항쟁을 다짐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이란인들은 이 전쟁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이슬람 신정을 지지하는 세력이 전체 이란 인구의 10~20%를 훨씬 웃돌 수도 있다.

◇이란은 ‘생존’만 해도 ‘승리’

이란은 현재 군사적 열세에 있는 나라의 전형적인 ‘비대칭적’ 확전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세계 원유의 5분의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쥐어틀고, 중동 산유국의 에너지 시설을 간헐적으로 공격하면서 전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승리’ 선언을 해도, 이란이 사우디와 UAE의 유전에 한 달에 한 차례 드론 공격만 해도 유가는 크게 출렁일 것이다. 굳이 맞힐 필요도 없다.

이란 지도부는 이 전쟁을 버텨내기만 해도,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미 초기의 ‘정권 교체’는 트럼프의 전쟁 목표 목록에서 사라진 듯하다. 생존한 이슬람 정권은 잔뜩 고양돼 전보다 더 인권과 자유를 옥죄는 탄압 정치를 이어갈 것이다.

이란을 주로 담당했던 미국의 전 외교관 앨런 에어는 “지금 당장 전쟁이 멈춰도, 이라크에서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부정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전력(戰力) 투사 능력을 크게 낮췄지만, 그럴수록 전력을 투사하려는 그들의 의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됐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사담 정권을 붕괴시킨 뒤 내전을 수습하는 책임을 떠안았듯이, 트럼프 행정부도 이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어 세계 경제의 피해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그릇을 깨뜨린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이라크 전쟁의 교훈”이라고 밝혔다.

텍사스대의 캐플란은 “이란 정권이 버티고 간헐적으로 선박을 공격하고 미사일 공격을 하는 한, 페르시아만 전체는 불안정해진다. 트럼프는 ‘우리가 이겼다’며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종전 협상의 지렛대는 이란 손에?

부시와 트럼프 모두 전쟁이 길지 않으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꽤 짧을 것(pretty short)”이라고 누차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에 이어, 이라크 전쟁 반대 입장을 모토(motto)로 삼았던 두번째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주식시장ㆍ에너지 가격ㆍ중간선거 등을 고려할 때, 이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빠져나가기를 원한다. 최근에도 참모들에게 자신이 공언한 4~6주 시간표 안에서 “신속히 종결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반대로, 이란은 미국 측에 전쟁 피해 배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인정, 금융ㆍ원유 수출 등 경제 제재 해제, 정권 안전 보장, 휴전 보장 등을 역으로 제안했다.

미국의 많은 분석은 트럼프 출구 전략의 키를 오히려 이란이 쥐고 있다고 말한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실의 한 보고서는 “이란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주는 충격을 이용해, 협상에서 위험한 지렛대를 쥐고 있다”고 진단했고, 로이터 역시 “전쟁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대한 협상권은 워싱턴에서 테헤란으로 이동했다”고 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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