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ARM은 그동안 직접 칩을 생산하지 않고 중앙처리장치(CPU) 설계(IP)를 라이선스로 공급하는 모델을 유지해 왔습니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ARM 설계를 기반으로 자체 칩을 개발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 같은 구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AI 연산은 CPU 단일 성능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결합된 시스템 전체의 최적화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설계만 공급하는 기업은 제한된 수익에 머무르는 반면, 칩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통제하는 기업이 부가가치를 대부분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GPU와 쿠다(CUDA)를 결합한 플랫폼 전략을 통해 AI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ARM 내부에서도 설계 사업만으로는 이러한 경쟁 구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ARM은 기존 레퍼런스 설계를 넘어 컴퓨팅 서브시스템(CSS)과 자체 칩 개발로 전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고객사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설계 제공자와 제조사 간 협력 구조였지만, ARM이 직접 칩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ARM 의존도가 높은 퀄컴과 삼성전자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ARM이 자체 칩을 개발할 경우 고객사 입장에서는 설계 방향이 겹치거나 기술 지원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퀄컴은 자체 CPU 코어 ‘오라이온(Oryon)’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독자 설계 역량 강화를 통해 ARM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ARM의 전략 변화에는 상장 이후 성장성 확보라는 과제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프트뱅크 산하에서 상장한 ARM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IP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지만 성장성이 제한적인 반면, 칩 사업은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됩니다.
‘칩 메이커’를 표방한 ARM의 전략은 CPU 설계 기업에서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행보입니다. 엔비디아의 플랫폼 전략, 애플의 수직 계열화와도 궤를 같이하는 흐름입니다. AI 시대 경쟁이 개별 칩이 아닌 시스템 전체에서 결정되는 만큼,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업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IP 설계자로 남을 경우 AI 시대의 수익과 주도권을 모두 놓칠 수 있다”면서 “”ARM의 행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필연적인 승부수이자, 반도체 설계 자산(IP) 기업이 맞이한 생태계적 진화의 시작”이라고 전했습니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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