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동전에 입지 강화
“우크라 협상 후순위 밀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동부 돈바스 전역을 러시아에 넘기라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여력이 줄자 우크라이나에 조기 종전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키이우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뤄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할 준비가 되면 높은 수준의 안전 보장을 마무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동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향후 행보에 확실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불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측을 더 압박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포기할 경우 미국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제공할 안전보장의 내용은 현재 불확실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 전역 확보가 전쟁 목표이자 종전 조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며, 협상으로 이루지 못할 경우 전장에서 이를 달성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포기는 자국 헌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며 러시아의 돈바스 요구에 타협 불가로 맞서왔다.
러시아는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주)를 대부분 점령했으나, 우크라이나의 저지선을 뚫지 못해 4년 넘게 도네츠크주 일부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군사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강력히 요새화한 도시들로 구성된 ‘요새 벨트’를 포함한 돈바스 전역을 장악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가 아직 장악하지 못한 약 6000㎢의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병사를 더 희생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철수가 이뤄질 경우 해당 지역의 강력한 방어 거점이 러시아에 넘어가면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안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영토 및 보안 보장과 관련된 미결 사안을 해결하고 평화 협정을 체결할 유일한 방법은 트럼프, 푸틴, 그리고 자신이 참여하는 정상회담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이란 관련 대응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면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이란과 일정 수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외교적 제약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에 반격할 수 있도록 무기와 정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고유가 우려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은 중동 전쟁 여파로 상승한 유가와 제재 완화가 맞물리며 전쟁 자금의 핵심인 원유 수출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여기에 종전 협상 구도 역시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개되면서, 반사이익이 복합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군이 중동 지역에 군사 자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무기 여력이 줄어든 점 역시 러시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동안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이 이란 분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은 중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에 매우 감사하다”면서도 “그러나 공급량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과거 트럼프와의 긴장 관계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는 “나는 누군가가 좋아하거나 싫어할 대상이 되는 초콜릿 상자나 자동차가 아니다”라며 “미국 대통령은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시 신속한 종식을 원한다”고 언급했다.
[이투데이/이진영 기자 ( min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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