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미국과 거래하는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비적대적 선박들은 이란 당국과 조율을 거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쿠제치 대사는 26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과 관련된 모든 대상에 대해서는 이 해협 통과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제재는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의 에너지 기업 및 유전 개발에 투자한 미국 기업과 그 주주들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앵커가 ‘한국이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도, 페르시아만에서 가지고 오는 석유나 가스 같은 경우 미국 회사가 투자한 유전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항해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냐’고 질문하자 쿠제치 대사는 “네”라고 답했다.
쿠제치 대사는 “현재 미국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전시 상황에서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제치 대사는 “페르시아만 북부(이란)이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남부 지역에서 미국 기업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결과보다 원인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는 이번 공격이 우리에게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그의 비용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 정부는 사실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와 비슷한 방식으로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밤(이하 모두 현지시간) 인도 TV 뉴스채널 ‘인디아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부과된 전쟁 상황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일련의 조치가 시행 중”이라며 “침략 행위와 무관한 다른 국가들은 안전하고 확실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이란 당국과 필요한 조율을 거친 후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밝힌 ‘일련의 조치’는 통행료를 뜻한다.
이란의 국영 매체 ‘프레스TV’는 25일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의 영유권 인정과 함께 여러 주에 걸친 전쟁에 따른 손해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원한다”는이란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사에드 라흐마트자데 의원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는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 부과와 마찬가지로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한다.
중동 뉴스와 에너지 뉴스 전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전쟁 비용 보전”과 “안보 유지 비용”을 명목으로 삼은 이 법안이 실제로 통과돼 시행될 경우 이란이 받으려는 선박 1회 통행료는 약 200만 달러(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26조와 제44조에 따르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는 모든 선박에 통과 통행권이 보장되며, 영해 내에서도 통과 자체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
다만 외국 선박을 위해 제공된 특정 서비스의 대가로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란은 이 협약에 서명하긴 했으나 비준하지는 않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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