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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가 전자담배 핀다?... 인공 과일향에 낚여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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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청설모가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 /X


야생 청설모들이 버려진 전자담배를 먹이로 착각해 물거나 씹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다. 인공 과일 향이 야생동물을 유인해 위험 요소에 노출되게 만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 공개한 영상에는 회색 청설모 한 마리가 런던 남부 브릭스턴의 나무 울타리 위에 앉아 전자담배를 앞발로 쥔 채 만지는 모습이 담겼다. 청설모는 기기를 두 앞발 사이에 끼고 플라스틱 흡입구를 갉아먹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얼핏 보면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의 장면이었다.

비슷한 사례는 미국에서도 확인됐다. 작년 10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버려진 일회용 전자담배를 입에 문 청설모 영상이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이처럼 청설모가 전자담배를 문 모습이 잇달아 포착된 건 도심 야생동물이 인공 향료가 들어간 폐기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전문가는 청설모가 니코틴 자체보다 전자담배 액상에서 나는 인공적인 과일 향에 이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영국 웨일스 뱅거대의 청설모 전문가 크레이그 셔틀워스 교수는 “지금까지 청설모가 버려진 담배꽁초를 물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전자담배의 과일 향이 다람쥐를 끌어들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셔틀워스 교수는 야생동물이 전자담배를 물어뜯는 과정에서 니코틴과 미세 플라스틱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자담배를 먹는 것은 이들의 자연적인 식단의 일부가 아니다. 그 안의 구성 요소들도 자연에서 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갉아먹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 일부를 섭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동물들이 니코틴을 섭취하게 해선 안 된다”며 “야생에서는 접하지 않는 물질인 만큼, 다른 많은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동물에게 노출돼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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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가 전자담배를 물고 있다. /틱톡


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매주 130만개의 일회용 전자담배가 버려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작년 6월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는데도 여전히 이 같은 양의 전자담배가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RSPCA는 이번 사례를 단순히 ‘신기한 영상’으로 소비해선 안 된다는 반응이다. RSPCA 대변인은 “이 청설모가 일회용 전자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은 버려진 쓰레기가 야생동물에 얼마나 위험한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부가 판매를 금지하기 전 연구에 따르면, 매주 500만개의 일회용 전자담배가 버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자담배들에는 플라스틱, 리튬, 니코틴 등 동물에게 해로울 수 있는 물질과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며 “쓰레기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처리해 쓰레기로 피해를 입는 동물 사례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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