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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령층 지하철 무임승차 제한’, 사회적 공론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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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고유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지하철 무임승차 관련 발언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대 한두 시간 정도의 ‘피크 타임’에 한해 어르신들의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 “직장으로 출근하는 고령층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유가 상황에서 대중교통 활성화는 필수적인 조치다. 그러나 고령층의 이동을 생산과 여가로 무 자르듯 나누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의 정교하지 못한 개편안이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배제나 복지 축소로 비칠 경우 되레 세대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도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노인 폄하나 다름없다”고 각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누구도 선뜻 제기하지 않던 고령층의 무임승차 화두를 기왕 꺼냈으니 차제에 지하철 재무구조 개선을 깊이 고민해 볼 만하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5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6개 도시철도의 무임승차 손실 규모는 5조 3652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손실액만 77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적자의 큰 축으로 지목된 65세 이상 무임승차 비율은 서울의 경우 18%에 이른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1984년 4%에서 5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무임승차 증가로 악화 일로인 지하철 재정난을 마냥 방치해 둘 수는 없다. 그러나 한쪽으로 치우친 해법은 곤란하다. 재정 건전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공론화 작업이 필수다. 출퇴근 시간대 제한, 수혜 연령 상향, 전면 무임 대신 일정 횟수 또는 금액 한도의 할인제 도입 등 다양한 방식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또 적자 보전을 지방정부에만 떠맡길 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역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이러한 문제를 적극 공약화해 봄 직하다. 노인 무임승차 이슈가 지속 가능한 교통 체계와 복지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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