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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충격이 트럼프 관세 압도…전쟁 끝나도 저유가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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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크루거 前 IMF 수석부총재 강연
비료 원료이기도 한 LNG 공급 부족
에너지 넘어 '농업 쇼크'로 이어질 것
에너지 자원 무기화, 한국에 직격탄
'美 제외한 WTO'로 각국 똘똘 뭉쳐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란 전쟁의 경제적 파급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다자무역 붕괴의 충격을 압도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저유가 시대가 유지될 것이라 낙관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와 부총재를 역임한 앤 크루거(Anne Krueger)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친 충격이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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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크루거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가 25일 세계경제연구원 조찬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세계경제연구원)


크루거 교수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글로벌 지정학 위기와 경제안보 이슈 급부상: 세계무역질서 재편과 시사점’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계경제가 미국·중국 간 무역 대립과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 관세 부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도전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이란 전쟁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충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크루거 교수는 “이미 올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15%가 차단됐고 설령 전쟁을 빠르게 수습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며 “유조선이 묶여 있고 하역 후 재배치할 운송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이 한국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이란이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된 만큼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의 높은 변동성이 장기간 이어지며 세계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루거 교수는 에너지 충격이 단순한 유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LNG는 비료 원료이기도 하다”며 “오는 5월까지 비료 생산을 재개하지 않으면 농업 생산에 큰 타격이 올 것이고 이는 부국과 빈국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가장 큰 경제적 비용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어떤 관세가 언제 적용될지, 이미 수입하고 있는 물건에 얼마를 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며 “이런 불확실성에서는 아무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크루거 교수는 “전쟁 비용 증가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욱 심화할 것이다”며 “월가 애널리스트도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로 연준의 통화정책이 금리 인상으로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크루거 교수는 이 같은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세계무역기구(WTO) 마이너스 원(WTO minus 1)’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가 WTO 헌장을 그대로 채택해 새로운 다자무역 체제를 출범시키자는 구상이다. 트럼프 1기 때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그대로 가져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출범시킨 것과 같은 방식으로 ‘WTO 마이너스 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비슷한 제안을 언급하며 “한국이 이에 동참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미국도 훨씬 겸손하고 건설적인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크루거 교수는 “신현송 후보자는 훌륭한 경제학자로 여러 직위에서 좋은 성과를 낸 인물”이라며 “매우 좋은 인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 후보자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모두를 괴롭힐 것이고 이것이 투자를 일정 부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며 “지켜보면서 해석해 나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 한국은 분명히 타격을 받을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완충 수단은 유연한 환율과 통화정책이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일자리 이동을 쉽게 하고 연금의 이동성(portable pension)을 보장하는 것이 어떤 충격에도 효과적이다”고 강조하고 북유럽 국가의 노동시장 유연화 사례를 참고할 것을 권했다.

끝으로 크루거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비관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시장은 보통 정부보다 우위에 있고, 개방 무역과 다자 시스템은 결국 시장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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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뒷줄 가운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앤 크루거(앞줄 오른쪽 네번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등 25일 세계경제연구원 조찬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세계경제연구원)


■앤 크루거 교수는

△1934년생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전미경제학회(AEA) 회장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연구담당 부총재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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