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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APFF] "국내 성장에 묶인 한국 금융…이제는 국제화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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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장 전략 중심 자본 배분 설계
"선진국 이미 글로벌 시장 입지 구축"
수출 중심 정책 속 금융 확장은 미비
아주경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전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03.2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 금융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진 이유는 국내 성장에 집중해 온 구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 역시 국제화와 역할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전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한국 금융은 그간 산업화를 지원하는 역할에 최적화돼 왔다"고 말했다. 자본이 부족했던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 특정 산업에 자금을 집중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은 글로벌 확장보다는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제조업 중심의 고도 성장을 이끌었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활동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금융의 본질적 역할인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는 기능'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면서 자본 배분이 국내 성장 전략에 맞춰 설계됐고 해외 시장에서 네트워크 축적이나 영업 기반 확대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였다는 의미다.

카르스텐스 전 사무총장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금융 시스템과 금융 전략이 없었다면 한국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짚으며 "이러한 전략 덕분에 한국전쟁 이후 빠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했으며 농업 중심 사회에서 산업 강국으로 전환됐고 현재는 상당수 인구가 중산층 이상에 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 규모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1960년대 한국 금융중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0~15% 수준에서 최근 175% 수준까지 확대됐으며 한국 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예로 들며 이 같은 성장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르스텐스 전 사무총장은 "한국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 규제와 감독 체계가 강화되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도입되면서 금융 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면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후발 주자인 한국 은행이 단기간에 이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 국제화의 핵심 조건으로 통화 위상을 꼽았다.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신뢰받는 통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융의 글로벌 확장에도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원화는 아직 이 단계에 도달하지 못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카르스텐스 전 사무총장은 "은행의 해외 진출은 필요하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환율 정책이 산업화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빠른 국제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한국 금융은 앞으로도 국내 경제 발전을 심화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한국 금융 시스템이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한된 국제화에도 불구하고 자본을 생산적으로 배분하며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융의 역할 변화 필요성도 제시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 기술 발전 등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금융 역시 이에 맞춰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은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활용을 통해 금융 서비스 범위를 넓히면 글로벌 시장 접근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제언이다.

또 서비스 산업과 서비스 수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르스텐스 전 사무총장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서비스 경제 비중이 확대되는 만큼 제조업 중심 성장에서 서비스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금융이 이에 맞춰 기능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이성진 기자 lee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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