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영풍·MBK 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승인의 건'이 가결됐다. 핵심은 퇴직금 지급 대상인 '회장' 범주에서 '명예회장'을 명시적으로 제외한 것이다. 두 명예회장이 지금까지 쌓은 퇴직금의 규모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연봉과 근속연수, 지급률 등을 고려하면 단순 추산은 가능하다.
제52기 고려아연 주주총회 |
그렇다면 지금까지 쌓인 퇴직금은 얼마나 될까. 고려아연은 2023년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개정해, 명예회장을 포함한 회장 직급에 대해 근속 1년당 4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상장사 임원 기준(1년당 1개월치)의 4배에 해당하는 지급률이다.
고려아연이 금융감독원에 25일자로 제출한 2025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창근·최창영 명예회장의 연간 보수는 각각 26억200만원, 25억9600만원으로 확인된다.
이를 토대로 단순 추산하면, 올해로 50년째 근속 중인 최창영 명예회장의 퇴직금은 약 433억원, 42년째 근속 중인 최창근 명예회장은 약 364억원이다. 두 사람 합산 시 최대 797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최근 연봉을 전체 근속 기간에 동일하게 적용한 단순 추산치로, 중간정산 이력 등에 따라 실제 수령액은 달라질 수 있다.
고려아연 2025년도 사업보고서 중 캡쳐 |
두 명예회장은 고려아연 창업주 최기호 회장의 장남(최창영)과 삼남(최창근)으로, 각각 고려아연의 전직 CEO를 역임했다. 현 최윤범 회장은 창업주의 장남이자 지난해 퇴임한 최창걸 전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창업주의 세 아들이 차례로 경영을 맡은 데 이어 조카인 최윤범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구조다.
고려아연 측은 그간 퇴직금 구조에 관해 절차적 정당성을 앞세워 반박해 왔다. 2023년 규정 개정안이 당시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수 주주의 지지를 받아 적법하게 승인된 사안인 만큼, 이를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두 명예회장이 현재도 매일 출근하는 상근직으로서 오랜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전반에 자문하고 있으며, 핵심 전략 수립과 주요 거래처 관계 유지 등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현재의 보수와 퇴직금 조건은 이들이 창출하는 기업 가치에 비례해 합리적으로 책정됐다는 설명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국내 상장사 전반에 뿌리 깊은 '불투명한 명예회장 예우 관행'을 개선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거버넌스 분야의 한 전문가는 "실질적인 경영 기여도가 낮은 명예회장이 등기 임원보다 높은 수준의 퇴직금을 받는 것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명백한 사익 편취 행위"라며 "특정 가문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로 비치던 예우 규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상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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