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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없는 비만약 나오나?"… 1년 굶고 견디는 '비단뱀'서 식욕 억제 물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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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원 기자]
하이닥

비단뱀의 혈액에서 식욕을 억제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는 새로운 화합물이 발견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조나단 Z. 롱(Jonathan Z. Long) 교수 연구팀은 콜로라도대, 베일러의대와 공동으로 버마 비단뱀을 연구 모델로 활용해 'pTOS(파라-티라민-O-설페이트)'라는 대사물질을 발견하고, 이 물질이 인간과 생쥐에서도 식후 혈중 농도가 높아지며 식욕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 비만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경로로 작동하는 새로운 식욕 조절 물질로, 소화 불량이나 근육 손실 등의 부작용이 없는 비만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버마 비단뱀이 몸무게와 맞먹는 먹이를 한 번에 삼키고 최대 12~18개월을 굶는 극단적인 섭식 패턴을 가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보통의 포유류는 하루 1~3번 조금씩 식사하기 때문에 식후 혈액 성분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비단뱀은 그 변화 폭이 수십 배에서 수천 배에 달해 새로운 생리 활성 물질을 발견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연구팀은 버마 비단뱀에게 체중의 25%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인 뒤 혈액을 채취해 2,399개의 대사물질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식사 3일 후 pTOS의 혈중 농도가 단식 상태보다 1,000배 이상 치솟았다. 반면 항생제로 장내 세균을 없앤 비단뱀에서는 pTOS의 혈중 농도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장내 미생물이 pTOS 생성에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확인한 것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식후 pTOS 농도가 평균 2~5배 증가했으며, 특히 당뇨 전 단계나 2형 당뇨 환자에서는 이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생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pTOS를 비만 유도 생쥐에게 28일간 매일 투여했더니 음식 섭취량이 줄고 체중이 대조군 대비 약 9% 감소했다. 연구팀은 pTOS가 뇌에서 식욕과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핵심 구역인 '복내측 시상하부(VMH)'의 특정 신경세포를 직접 활성화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신경세포를 화학적으로 억제하면 pTOS의 식욕 억제 효과가 사라졌다. 주목할 점은 pTOS가 물 섭취량이나 에너지 소비량, 혈당, 혈압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고, 음식에 대한 혐오감도 유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배가 찼다는 신호만 뇌에 선택적으로 보내는 것과 같은 작용 방식이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조나단 Z. 롱 스탠퍼드대 교수는 "비단뱀이라는 극단적인 생물 모델이 없었다면 이 물질의 존재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pTOS가 식욕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것이 어떤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지, GLP-1 등 다른 식욕 호르몬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Python metabolomics uncovers a conserved postprandial metabolite and gut–brain feeding pathway: 비단뱀 대사체학으로 발견한 보존된 식후 대사물질과 장-뇌 섭식 경로)는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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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원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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