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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여기있어. 엄마가 미안해” ···대전 화재참사 희생자 눈물 속 첫 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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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발생 닷새 만···“보고싶어서 어떡해”
영정 매만지며 운구차에 실린 관 붙잡기도
닷새째 이어진 현장감식···“발생 경위 파악”
경향신문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영결식이 열린 25일 대전 충남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아내와 어머니가 관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2026.03.25 대전|문재원 기자


“아빠 나 여기 있어.”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영정 속 희생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상복을 입은 초등학생 아들은 길을 떠나는 영정 속 아버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25일 오전 대전 중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안전공업 화재로 희생된 A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지난 20일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5일만에 이뤄진 희생자의 첫 발인이다.

A씨는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휴무일이던 참사 전날에도 부모님 댁을 찾아 밭일을 돕던 아들이었다. 그가 일터에서 희생되기 전날 저녁을 함께하며 반주까지 기울였던 아버지는 아들이 먼저 떠나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 멀찌감치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연신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던 A씨 어머니도 “보고 싶어서 어떡하냐”며 견디지 못하고 온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 듯 무너져 내렸다. 어머니는 “엄마가 미안해. 우리 아들 고생만 시켰어”라며 연신 절규하다 어린 손자들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발인 시각 운구차가 천천히 장례식장을 빠져나가자 일부 유족들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멀어지는 운구차를 바라보며 한동안 자리를 맴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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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영결식이 열린 25일 대전 충남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이 고인을 배웅하며 오열하고 있다. 2026.03.25 대전|문재원 기자


이날 오전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도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B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발인 전 B씨의 빈소에서도 낮게 흐느끼는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는 다른 유족의 부축을 받아 발인식장으로 겨우 걸음을 옮겼다.

발인식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빨간 천으로 둘러싸인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가지 마라”는 절규가 이어졌다. 울음소리가 금세 주변을 뒤덮었다.

고인의 친구들이 조심스레 관을 들어 올려 운구차에 싣는 순간 유족들은 한 발짝도 떨어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관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유족들은 이내 멀어지는 관을 향해 손을 뻗으며 오열했다.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희생된 사망자는 모두 14명이다. 전날까지 희생자 전원의 신원이 확인돼 순차적으로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희생자 가운데 3명의 발인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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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영결식이 열린 25일 대전 충남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어머니가 영정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2026.03.25 대전|문재원 기자


다수 희생자가 발생한 이번 화재와 관련해 경찰 등 관계기관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은 이날도 현장 감식에 나서 화재 발생 경위 등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경찰은 안전공업 본사와 공장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건축 설계도면, 안전 작업일지, 소방 관련 자료 등 256점의 광범위한 자료를 분석하는 동시에 관련자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날 대전시청에서 안전공업 화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갖고,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전담 공무원 배치와 장례비 지급보증 등을 통해 유가족들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부상 치료 중인 피해자들에게도 치료비 지급보증과 간병 가족 아이 돌봄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유가족과 부상자 등에 대한 심리 지원도 지속할 방침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 지시에 따라 소방청과 고용노동부, 지방정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화재 위험 공정을 보유한 전국 2865개 사업장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집진기 등 설비 안전상태와 건축물 불법 증축 여부, 위험물 저장·취급 상태 등을 중점 점검해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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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원, 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6.03.25 대전|문재원 기자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는 26일부터 건설현장과 제조업 등 화재·폭발 고위험 사업장 1000곳을 추려 작업 현장 인화성 물질 제거 등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긴급 점검한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피해를 입은 한 분 한 분을 세밀히 살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철저한 원인 조사와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도 책임감을 갖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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