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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띄운 ‘하후상박 기초연금’…최저보장소득 개편으로 이어질까[경제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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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초청 오찬 ‘어르신이 걸어온 길, 우리가 이어갈 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현행 기초연금 제도의 ‘정액 지급’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기초연금 구조 개편 논의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빈곤 노인에게 연금액을 더 후하게 지급하는 ‘하후상박’ 구조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초연금 액수를 늘리면 재원이 부족할 우려가 있고, 수급 대상을 줄이면 차상위 계층 노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어 섬세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4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월 34만9700원을 정액 지급하고 있다. 수급 조건은 단독가구의 경우 월 소득 인정액 247만원, 부부가구는 395만2000원 이하다. 하위 70% 조건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일정 소득이 있거나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다른 소득이나 재산 없이 근로소득만 월 468만원 이하인 노인이거나, 공시지가 12억원(실거래가 17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소득 없는 노부부도 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정액형 제도가 노인 빈곤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엑스에 “월수입 수백만원 되는 노인이나 수입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똑같다”며 “자살까지 유도하는 노인 빈곤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적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국가데이터처가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를 보면,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평균(14.8%)의 약 세 배 규모다. 현형 제도로는 하위계층 노인의 소득만 더 보장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모두의 기초연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자니 재정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 속도도 기초연금 제도에 부담되는 요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1060만명에서 2050년 1900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기초연금 수급자도 719만명에서 13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지급 구조를 유지한다면 기초연금 지출은 2025년 27조원(GDP 대비 1.09%)에서 2050년 46조원(1.48%)로 정점을 찍은 뒤 2070년에도 43조원(1.33%)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한계를 고려해 정부와 학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개편 방향을 논의해 왔다. 하나는 지급 대상을 줄이는 대신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은 금액을 주는 ‘최저소득보장형’ 모델이다. 다른 하나는 모든 노인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초연금’ 모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초연금적정성 평가위원회는 2023년 이 중 최저소득보장형 개편을 제안했다. 현재의 ‘소득 하위 70%’ 기준 대신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와 같은 절대 기준을 적용해 대상을 줄이되 기초연금액을 올리는 방안이다. 이렇게 개편하면 후세대 노인의 소득이나 국민연금 가입률이 올라가면서 점진적으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은 줄어든다. 평가위는 또 기초연금액을 월 40만원 수준으로 올리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에 연동할 경우 아낀 재정으로 하위 계층에게 얼마나 더 줄 수 있을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2월 발간한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 보고서에서 기초연금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 100% 이하’로 바꾸면 수급 대상이 2070년까지 전체 노인의 70%에서 57%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 정부는 연평균 4조25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이 경우 2070년 기초연금 재정지출은 35조원으로 현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19% 줄어든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활용하면 추가 재정 투입 없이도 기초연금액을 2026년부터 약 44만1000원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 50% 이하’로 더 낮추면 수급 대상은 전체 노인의 약 37%로 줄어드는 대신, 추가 재정 투입 없이 기초연금액을 올해부터 5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의 ‘적게 주되 넓게’에서 ‘하위 계층에게 두텁게’로 전환하면 추가 재정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노인 빈곤 개선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급 대상을 좁히면 기존에 기초연금 지급 대상이었다가 받지 못하게 되는 이들이 생긴다. 특히 차상위계층이 소외될 수 있는 것은 단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특위 전체회의에서 “최저소득 보장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소득 하위 40~60% 구간 노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며 “국민연금 성숙도와 연계해 개편의 속도와 방향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하후상박’ 제안은 사각지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막대한 재정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이 대통령의 방식은 기존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구조는 일단 유지하되, 앞으로 인상분에 대해서만 하후상박 방식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일단 하후상박식으로 지급 방식을 바꾸고 나면, 증세를 해서 재원을 마련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는 지급 대상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는 일단 기초연금 개편 논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논의의 첫발을 내딛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지난 16일 논평에서 “기초연금이 최저보장소득 방식으로 전환되면 가난할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돼 빈곤 노인의 소득 개선 효과가 크다”며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인 빈곤율이 높은 한국에 적합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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