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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협상 중재한 파키스탄 실세... 트럼프가 좋아하는 ‘야전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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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ㆍ파 전쟁 해결의 功도 트럼프에게 돌리고, 노벨상 후보 추천
트럼프는 10여 차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전원수” 극찬
파키스탄 인구 10%는 시아파 무슬림이지만, 사우디와 준(準)상호방위 의무 있어
이란 전쟁 장기화하면, 에너지 공급 끊기고 국내 상황 취약해져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파괴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간 유예’ 속에 다시 협상 가능성에 눈길을 돌리게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파키스탄의 군부 실세인 육군 참모총장 아심 무니르(Munirㆍ57)였다. 파키스탄은 형식상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실권(實權)은 무니르가 쥐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무니르는 22일 트럼프와 통화했고, 파키스탄의 무함마드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23일 오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했다. 또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도 같은 날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결국 파키스탄ㆍ이란 간 대화가 진행되는 시점에, 트럼프는 전쟁 종식을 위한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며 추가 공격을 미뤘다.

파키스탄은 두 나라 간 협상 장소로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트럼프에게 제안했다. 곧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이 이곳을 방문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금까지 미국ㆍ이란 간 중재는 오만과 카타르가 주도했지만, 이 채널은 2월28일 공격 이후 진전이 없었다.

전쟁이 시작하면서 더 중재 활기를 띤 것은 파키스탄이 이란ㆍ미국 측 고위급 인사들과 맺은 비공식 채널(back-channel)이었다.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를 했다.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서 ‘줄타기’ 해야 하는 파키스탄

왜 파키스탄이고, 군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참모총장은 어떻게 트럼프의 신뢰를 얻었을까.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은 ‘생존적 필요성’에서 비롯한다. 파키스탄은 서쪽에서 이란과 약 900㎞ 국경을 공유하며, 전체 인구의 최대 20%인 2500만 명이 시아파 무슬림이다. 이란에 이어 세계 두번째 규모다.

전쟁의 여파는 바로 국내로 이어져, 파키스탄 내 시아파 무슬림 인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분노하고 있다. 무니르 참모총장이 23일 “이란이 그렇게 좋은 사람들은 이란으로 가라”고 말하자, 시아파 성직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종 노릇을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파키스탄의 중동 내 최대 군사협력 국가는 현재 이란의 미사일ㆍ드론 공격을 받는 사우디 아라비아로, 상호 방위 의무에 준(準)하는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 최대 원유 수입국가도 사우디와 UAE로, 현재 공급이 끊겼다.

전쟁이 계속 확산되면, 파키스탄은 에너지 부족에 이어 사우디 방위를 도와야 하는 압박까지 받게 돼 국내적으로 매우 취약해진다. “평화 중재자인 동시에, 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국가”(일간지 오스트레일리안)다.

따라서 전쟁이 길어지면, 경제 붕괴, 난민 유입, 종파 갈등 등이 예상되는 파키스탄에게 종전 중재는 ‘선택’이 아니라, 직접적 이해가 걸린 사안인 것이다.

한편, 파키스탄은 미국의 우방이지만 군사동맹국도 아니고, 미군 기지도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란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이란으로선 파키스탄의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인정할 근거가 있다. 실제로 현재 행방이 묘연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 20일 이란 신년(노루즈ㆍnew day) 메시지에서 파키스탄 국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했다.

파키스탄은 냉전 시절 북서부에 소련을 견제하는 미국의 전초기지가 있었고 2001년 이후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에서는 미군에 기지를 제공했다.

◇트럼프는 1기때 “원조 받고, 기만으로 되갚았다” 파키스탄 맹비난

그러나 두 나라 관계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최악이었다. 2018년 미 국방ㆍ정보 당국 보고서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보호 속에 아프간 탈레반 세력이 계속 미군을 공격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2011년 5월 2일 그토록 찾았던 테러집단 알 카에다의 수장(首長) 오사마 빈라덴을 파키스탄의 군사도시 아보타바드에서 발견해 사살한 이래, 미 행정부의 파키스탄 불신은 계속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 1일 당시 트위터에 “미국은 어리석게 파키스탄에게 330억 달러 이상을 줬고, 파키스탄은 거짓과 기만으로만 되갚았다”고 흥분했다. 트럼프는 군사원조를 끊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파키스탄을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로 꼽았다. 이후 파키스탄은 중국과 가까워졌고, 미국과는 ‘거래형(transactional) 관계’를 유지했다.

이 관계를 뒤엎은 것이 무니르였다. 육군 참모총장이자 작년 5월에 전군을 지휘하는 야전원수(Field Marshal)가 된 무니르가 실권(實權)을 쥔 파키스탄 정부는 2021년 8월 미군 철군 과정에서 카불 공항에서 미군 13명, 아프간 민간인 170명을 살해한 자폭 테러의 기획자를 작년 3월 체포해 미국에 넘겨줬고, 트럼프는 의회 연설에서 파키스탄에 공개적으로 감사했다.

◇무니르 원수, 인ㆍ파 분쟁 해결의 공을 트럼프에 돌리며 환심 사

그리고 양국 관계의 결정적 전환점은 작년 5월에 있었던 4일 간의 인도ㆍ파키스탄 전쟁이었다. 인도는 트럼프의 ‘중재 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인ㆍ외교관’인 무니르는 해결의 모든 공을 트럼프에게 돌렸고, 파키스탄 정부는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조선일보

작년 9월 백악관을 방문한 파키스탄의 야전원수 무니르(오른쪽 두번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키스탄의 희토류 샘플을 보여주며 양국 간 개발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트럼프 바로 옆은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무니르는 작년에 6월, 9월 두차례 백악관을 방문했다. 트럼프는 작년에만 10여 차례 공개석상에서 무니르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전원수(元帥)” “훌륭한 전사” “탁월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무니르는 작년 6월과 9월 트럼프와 백악관에서 단독 만찬과 오찬을 한 파키스탄 최초의 ‘야전 원수’가 됐다.

작년 9월 백악관 방문 때에는 샤리프 총리도 함께 했으며, 무니르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에게 상자에 담긴 파키스탄의 희토류 샘플을 보여주며 미국과의 광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무니르의 중재 노력이 실제 전쟁 종식으로 이어지리라는 전문가 예측은 거의 없다. 아직 양측이 공식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ㆍ이란 모두 타협할 의사가 현재로선 전혀 없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바킬은 “이란이 굴복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이 전쟁이 이란에겐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고 자신이 지렛대를 쥐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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