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따른 기상 이변과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전통 농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가운데 ‘도심형 스마트팜’이 도시의 새로운 농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 특색을 살린 도심형 농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며 지하철역, 폐지하보도, 폐공장·컨테이너, 구청과 도서관 같은 유휴공간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기반 농업 공간으로 속속 바뀌고 있다.
24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전시는 도심 내 공실 등 유휴공간을 활용한 ‘대전팜’ 조성을 추진해 현재까지 총 9곳의 스마트농업 시설을 구축했다. 2010년 폐쇄된 뒤 15년 가까이 방치됐던 서구 둔산동의 둥지 폐지하보도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인공광과 자동 환경제어 기술을 적용한 966㎡ 규모의 실증형 스마트팜으로 재탄생해 연중 4500여 주의 딸기와 유럽산 채소가 재배되고 있다. 대전팜은 카페와 연계한 직거래 모델, 기부형 운영, 대전도시철도 대전역 지하 1층 공실을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수직농장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시도하고 있다.
대구시는 스마트팜을 일자리 창출과 연결한 모델로 운영 중이다. 행정복지센터 내에 8단 복층 구조의 수직농장을 조성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작물은 자체 브랜드를 가진다. 특히 재배와 유통 과정에서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함으로써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부산시는 지역 특성을 살려 폐냉동 컨테이너를 개조한 도심형 스마트팜을 선보였다. 재배부터 가공, 마케팅까지 각 단계를 사회적기업들이 분담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했다. 폐컨테이너는 청년 창업가와 지역 주민이 협력하는 협동조합형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광주 도시철도 1호선 금남로4가역 역사 안에 수직농장 ‘메트로팜’을 조성해, 지하 공간을 365일 무농약 채소가 자라는 농업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시민들은 출퇴근길에 LED 조명 아래 자라는 채소를 보며 일상 속 도시농업을 경험하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들도 도심형 스마트팜을 시민 체감형 복지 및 체험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하보도의 특성을 활용해 마두 및 백석 지하보도를 딸기 생산 농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용인시는 폐공장 기숙사를 리모델링해 체류형 스마트팜으로 조성, 지역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구청과 도서관 등 공공시설 유휴공간을 시민 농업 체험장으로 조성했다. 은평구립도서관, 사가정마중마을활력소, 금천구청 등 총 10곳에 도심형 스마트팜을 만들어 최근 2년간 2700여 명의 시민에게 파종부터 수확, 요리까지 이어지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중구 시니어클럽 스마트팜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기른 채소를 취약계층에 전달하는데, 만족도가 99%에 달한다.
도심형 스마트팜이 점차 확산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심형 스마트팜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구애받지 않는 안정적인 먹거리를 공급하며, 방치된 공간의 생산적 활용에도 도움을 준다”며 “어르신에게는 활동 기회를,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부가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